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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Nov 20. 2023

당신의 난소는 안녕하십니까.

고등학교 때 그런 친구가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그날만 되면 늘 책상에 엎드려 힘들어하다가,
결국 통증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한.
그렇게 생리통이 심했던 친구들을 보며 약았던 나는 그것을 이용하기도 했다.
체육시간, 뛰기 싫으면 선생님께 다리라도 다친 듯 절름거리며 다가가 ‘저 생리해요.’라고 하는 식으로.
그러면 보통 남자였던 체육 선생님들은 곤란한 표정으로
‘그래, 쉬어.’라고 했으므로.
사실, 그 남자선생님들도 나도 생리통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 고통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다리를 절름거렸겠지.
여러모로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리고 친구야.

    

유전적 요인도 있겠지만,

고등학생 때까지는 엄마가 해주시는 따순 밥 먹고

정시에 학교 갔다가 정시에 하교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그런지 불편한 부분이 없었다.

그러다 스무 살이 되어 신체적 독립 후,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청정했던 몸에 알코올들이 붓기, 1일 1 배달음식 집어넣기 등으로

몸속을 어지럽힌 탓일까. 생리불순과 월경 전 증후군이 나를 따라왔다.


28일, 37일, 30일, 41일..... 이게 뭐냐고?

내 생리 주기이다.

규칙을 찾았는가?

찾았다면 알려주라.

생리주기를 기록하는 어플에 매달 기록은 하는데 내 기분처럼 전혀 예측불가하다.

여기에 하나 더, 월경전 증후군.

월경 전에 나타나는 정신, 신체, 행동적 증상들을 말하는 것으로,

그 증상에는 가슴이 아픈 유방통, 몸이 붓는 느낌 (실제로 체중이 는다.),

두통, 우울감, 기분변화 등이 있다.

생리가 언제 시작될지 감이 잘 안 잡히는 나에게,

이 월경 전증후군이 가끔 힌트가 되어준다.

웃프지만 이런 식이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해도, 몸무게가 늘었네.’

‘아까 그 사람은 왜 나한테 그렇게 말했을까, 짜증 나네?’

스스로 조금 예민해졌다 싶으면, 달력을 본다.

그리곤 일단 3주 이상 생리가 없었으면 다음 생리는 ‘1주일 후로 예상.’을 해보는 것이다.

이 예상이 대체로 맞았던 걸 보면 나는 월경전 증후군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날이 막상 닥치면, 아랫배 통증이 시작된다.

허리도 아프고 찝찝하고 잠도 많이 온다.

짧으면 4일, 길면 1주일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왜 여자의 몸은 자궁을 안고 태어난 것인가. 아이를 낳는다고 매달 이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 이런 생각을 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는 뉴스를 보게 된다.

요즘 조기폐경(조기난소부전)인 사람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40세 이전에 폐경이 되는 경우로, 심하면 30세 이전의 케이스들도 있다.

폐경이 되면 생리만 멈추는 것이 아니다.

에스트로겐의 조기 결핍으로 인한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 등의 전신 질환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불임으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점 또한 발생한다.

자칫 30대에 갱년기를 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리불순 만으로도, 내 자궁이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서 서둘러 네이*에 조기폐경 증상을 검색해 본다.


1.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진다. 나는 원래 불규칙한데?
2. 안면홍조, 야간발한, 불면증이 나타나고 기분의 변화, 질의 건조감, 요실금, 성욕의 감퇴도 있을 수 있다. 9월인 지금도 나는 이불 덮고 에어컨 켜고 자는데?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조만간 검사를 받아봐야 될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는 산부인과와 친해져야 한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산부인과는 왠지 늘 가기 싫고 무섭다.

개구리 의자에 앉아 본 사람만이 안다, 그 기분.



14살, 초경을 경험했을 때 엄마에게 달려가 ‘생리축하파티’를 해달라고 졸랐었다.

엄마는 딸딸딸딸인 딸부잣집에서 생리대값이 더 늘게 생겼다고 언짢아했었다.

그때 축하를 받는 게 맞았구나 싶다.

폐경축하파티는 해준다고 해도 안 받을 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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