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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Nov 19. 2023

술은 더 먹고 싶은데 체력이 받쳐주질 않아서~


스무 살과 스물한 살을 생각하면 술냄새가 난다.
그 2년을 기숙사에서 살았었다.
뽀로로처럼 노는 게 제일 좋았으며 뽀로로같이 술톤이었다.
기숙사는 사감선생님이 계시며 밤에 나가서 노려면 1층에 있는 외출/외박서에 서명과 사유를 적어야 했다.


그날도 같은 층 기숙사친구들과 쪼르르 줄 서 외박란에 동그라미를 치고 사유는 적당히 다르게 ‘본가 감’, ‘약속 있음’ 등등을 적고 길을 나섰다.

어디로?

젊음의 홍대로!

촌티를 가리려 과하게 꾸민 상태의 아이들이 놀기에 홍대는 늘 딱이었던 듯싶다.

다들 과했으므로.

아무튼 본인 포함 4명의 스무 살 아이들은 홍대 술집에 들어간다. 홍대하면 클럽 아니냐고?

아직이다.

새벽 2시, 핫한 클럽의 시간이 아니니까~

그전에 술을 넣어주는 거다. 마신다, 계속 마신다. 술이 오른다.

그런데 곧 문제가 생긴다. 이제 클럽 가야 하는데, 시간 거의 다 됐는데. 꼭 한두 시쯤 되면 한 명이 졸려하는 거다.

그럼 마치 죽어가는 전사의 입을 벌려 생명수를 넣어주듯 에너지드링크를 흘려 넣어준다.

하지만 소용없다. 흰 자가 보이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잠시 자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에. 이 친구는 이렇게 졸리면서 왜 기숙사에 돌아가지 않냐고?




클럽 때문에? 우리에 대한 의리로? 다 아니다. 바로, 기숙사의 문은 이제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새벽 5시까지, 첫 차 뜰 때까지, 질리도록 놀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자랑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당시 한 번도 술집에서 “나 좀만 잘게~이따 깨워줘” 한 적 없다.

바운스 바운스 거리는 클럽인지 주점인지 모를 곳 안에서 점점 퀭하게 까매지는 눈 밑과 무감각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아침이구나 싶으면 축축 쳐져있는 아이들을 인솔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새벽이라기엔 늘 일하러 가는 듯한 사람이 많았던 지하철 안, 그렇게 기숙사에 도착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면 화장도 안지운 채 누워 잠이 들었었다. 방학이면 이 생활을 이틀연속으로 반복했었다.

술자리가 재밌는 때면 아침 9시까지도 놀기도 했고 자고 일어나 저녁이 되면 또 나갔다.

이걸 체력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땐 ‘회복’이라는 것이 빨리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생각하니 한숨이 나오며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일단 주종이 바뀌었다.

“너 맥주 마시니? 난 맥주는 입가심이야~”,“술 빼는 것 봐라~”,“아직 애기네 애기.”

과거의 나를 한 대 치고 싶다. 나는 소주파에서 소맥 혹은 맥주파로 바뀌었으며 이제는 절대 술을 먹어라 어째라 하지 않는다. 과거의 저와 대작해 주셨던 분들, 이 자리를 빌려 사과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게 다 그 ‘체력’ 때문입니다. 왜 그렇게 힘이 남아돌았던 건지 술 마시고 와서도 홈트 1시간씩 했던 20대였다. 지금은? 홈트는 무슨, 맥주살인지 나잇살인지 중부지방이 넓어졌다. 예전처럼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왜냐, 숙취라는 게 생겼기 때문이다. 20대 초반 때처럼 달리고 나면 다음날은 하루를 버려야 한다. 속 아픈 게 더 낫지 싶을 정도로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술이야기만 해서 또 글에서 술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일적으로도 그렇다.


나는 필라테스 강사로 6년가량 일을 했다. 5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것을 연속으로 4타임까지도 해봤다.

근데 지금은? 한 타임만 해도 힘들다. 쉬는 시간, 회원님들이 내게 와서 말한다.

“선생님, 전 미친 몸매 이런 거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살려고 운동해요, 살려고.” 속으로 답한다.

“전 돈 벌려고 왔지만, 저도 살려고 운동합니다..” 

그렇다. 필라테스 강사인 나도 따로 운동은 한다. 이렇게 운동을 꾸준히 한 나도 체력저하를 실감하는데 하루종일 앉아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웹툰 ‘미생’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먼저 체력을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격하게 동감한다. 술로 서두를 시작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간단한 여행도, 친구와의 약속도, 나와의 약속도 체력이 약하면 모든 게 귀찮고 쉽게 포기해버린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지만, 그래서 운동, 운동을 해보자.

결론은 운동입니다, 여러분. 특히 근력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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