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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Nov 17. 2023

결혼은 혼자 하나요.

나도 하고 싶다고


연지 넌 언제 갈래?


셋째 언니의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나를 보며 한 이모의 한마디다.

이때, 나 스물넷이었다.

그때부터 매년 조금씩 다르게 듣는다.

“연지 너 결혼할 거지?”

“아 갈 거면 빨리 가.”

“옴메 벌써 서른 넘어브럿냐.”

“... 남자친구는 있고?”

오빠 (이모 아들)도 마흔둘에 했으면서..

아무튼 나도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소개팅을 많이도 했다.

‘소개팅 완전 정복’, ‘소개팅, 절대 하지 마라.’라는 책을 써볼까도 했었지. (물론 장난이다.)

팬데믹 때문이라 하고 싶다. 자만추가 힘들어진 이유는.

소개팅으로 잘 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연애하고 싶은 감정만’ 있는 남녀가 만나 서로 호감을 싹 틔운다는 게 여간 쉬운 게 아니다.

남자는 외모가 전부일지 몰라도, 여자도 외모 본다.

‘이 사람과 뽀뽀는 가능할지’.

또 개인적으로는 첫 만남에 느낌이 없으면 안 보는 편이다.

최악의 소개팅 사례 두 건만 진술해 보겠다.     

     



사례 1)

스물여덟 겨울, 그녀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너어어어어무 추웠지만 소개팅한다고 롱코트를 입은 그녀,

시간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을 싫어하지만, 콧물이나 닦으며 기다리자며 커피잔 아래로 거울을 훔쳐보고 있다. 그때, 10분 정도쯤 늦은 그. 일단 미안하단 말이 없다. 운동하고 오느라 늦었다는데 그 배 어쩔 건데. 연말이라 그런지 주변은 왜 이리 시끄러운지, 클럽에 온 것 마냥 양손을 모아 귀에 대고 말해야 할 정도다.

음악소리가 조금 낮춰지자, 대화라는 것을 해보려 한다.

“이제 스물아홉이시네요?”

12월이 지나기 전에 나이를 높이다니 실례도 이런 실례가 없다.

“아, 네. 저보다 두 살 많으신 거죠?”

“네, 정말 꺾이셨네요 ㅋㅋ. 곧 서른이신데요?”

“서른 하나 시잖아요 ^^”

“에이 남자랑 여자는 다르죠~”

그는 그녀가 정말 극혐 하는 크리스마스론자였던 것이다.

주선자도 있고 싸우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빨리 그 자리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끝낸다.          


사례 2)

내 앞의 그는 FBI를 꿈꾸는 사람인 것이 틀림없다.

아니, 그렇다면 그는 방향을 잘 못 잡았다.

fbi요원은 말 안 해도 알아내야 하잖아? 이 사람은 대놓고 묻고 있다.

나의 소득, 부모님 직업, 성적 취향..

요즘에 길거리에서 복이 많다느니 그런 걸로 잡는 사람 없었는데, 이 사람에게 잡힌 것 같다.

자리가 파하자마자 주선자에게 일렀고, 하지만 그 주선자도 알음알음 아는 사람이라 아직도 그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적고 보니, 이런 경우 없는 상황들을 겪었음에도 저번주에 소개팅을 한 나를 칭찬한다.

칠전팔기의 정신이랄까.

요즘에는 그런 생각도 든다.

어차피 내 입맛에 다 맞는 사람은 없는 것 같으니,

옛날처럼 어른들이

“누구누구 결혼해.” 하면

“어맛 정말요?” 이렇게 결혼하는 건 어떨지.

아무튼 이렇게나 사람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나와 맞는 사람 만나는 것이.

당분간은 나 자신과 연애하듯 지내야겠다.

그럼, 어느 순간 선물처럼 인연이 나타나지 않을까?

서른둘 먹고, 아직도 이렇게나 낭만이 있습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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