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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Feb 16. 2019

이제 사업을 좀 해보려는 사람의 조금 다른 이야기

[ 타인이 내 삶의 주도권을 쥐게 놔두지 마라 #4. ]

사업 동기라고 할 수 있는 분이 갑자기 연락이 왔다. 추운 바람도 훈훈하게 느껴질 만한 든든함을 느끼며 밥을 먹었다. 우리가 만나면 하는 얘기라곤 사업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를 묻는 게 태반이다. 그러다 맴도는 이야기, 고민의 지점은 돈과 관련되어 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집에서 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주는 부르주아가 아닌 이상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잡을 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게 오래되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을 위해 사업을 하는지 궁금해질 때도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첫 직장은 초봉이 높았다. 연봉 앞자리가 4였는데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었으니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준이었다. 회사는 안정적인 구조였고 실적이 나지 않아도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왔으며 인센티브도 적었지만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풍요로웠기에 그 돈의 가치를 몰랐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그 돈을 그렇게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절대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자문했다. 내가 만약 다시 돈을 잘 벌 수 있는 회사에 취직한다면(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해보았다. 상상은 누구에게나 자유니까) 나는 과연 행복할까? 내 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름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안정적인 회사에 다시 취직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나는 매달 몇 백은 저축을 할 테고 그 돈 모아서 1년에 한 번은 회사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사고 싶은 것도 가끔씩 사면서 그렇게 누리고 싶은 삶을 누리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삶을 머릿속으로 그려봐도 공허함은 계속 남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나에게 중요한 조건이 '돈'은 아닌 셈이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지금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 배부른 소리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시간과 노력을 좀 더 투자해서 내가 가치를 느끼는 일을 하면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나는 정말 최상의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일을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누군가가 이거 해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어본다. 그들이 말하는 '성공'이란 무엇일까? 돈 잘 버는 거?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그 일의 생명력이라고 생각하기에 가치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중요하다. 너무 중요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돈=성공 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돈이란 어떤 일을 해서든 많이 벌 수도 있겠지만, 진정 가치 있는 일을 하면 필수적으로 돈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성공'이란 가치 있는 일상이다. 만약 내가 어떤 특정한 '성공의 지점'을 향해 지금을 희생하고 있다면 그만큼 불행한 삶이 있을까 싶다. 사업은 힘들고 고독하고 미칠 일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나는 지금을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짧지 않은 내 인생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지만 수상한 내적인 회복탄력성으로 나는 다시 묵묵하게 나의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 매 순간 조금씩, 어제보다 더 고민하고, 어제보다 더 노력하는 일상이 성공이라 생각한다. 그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물론 가끔 어쩔 수 없는 기질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서,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기부정을 할 때도 있다. 그래 나도 사람이니까.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우리는 더 깊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분 또한 재정적으로 풍족한 상태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철학을 거스르면서까지 돈을 추구하며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다는 것. 그 신념을 잊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누군가가 이분이 하는 일을 '돈이 안된다'며 평가절하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바쳐서 추구하고 노력하는 일이라면 그 가치는 다른 이가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 일을 하면서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고,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며, 마지막 순간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사랑과 감사를 느끼게 된다면, 그런 확신이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래 인생은 그런 거니까 뭐래도 상관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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