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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Mar 08. 2019

후회, 선택의 속성

[타인이 내 삶의 주도권을 쥐게 놔두지 마라 #7.]


   창업을 한 후에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 또 다른 질문은 바로 '퇴사한 거 후회하세요?'이다. 그 이전의 혜택을 다 버리고 지금의 자리에 있을 가치가 있는지 묻는 것일 테다.


   이제껏 퇴사 후 단 한 번도 후회를 입에 올린 적도 없고 느낀 적도 없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즐겁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가 한 선택에 '후회한다'는 것은 현재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특히 가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놓고 지금에 와서 후회한다면 얼마나 마음 아파하실까...

그래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혹은 정말로 후회할 만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5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후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속된 말로 '존버'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게 맞는지 등등 온갖 생각이 들었다.


   좋은 말로 해석할 여지는 많다. 어차피 인생은 야생인데 미리 나와서 나만의 무기를 갈고닦는 시간은 필요하다. 최근에 '총. 균. 쇠'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꼈던 포인트는 새로운 문물을 빨리 받아들일수록 집단에서 혼란을 느낄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를 이끄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례를 읽으며 스스로 설득시킨다)

  

   그 모든 걸 알고 있는데도 왜 5년 만에 갑자기 후회를 떠올렸을까. '후회'의 속성은 '선택 가능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 길은 이거 하나뿐이다'. 즉, 다른 가능성이 없다면 후회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냥 그것만 하면 되니까. 그게 유일한 길이니까. 근데 세상에 할 일은 많고, 내가 선택할 가짓수도 많다면 내가 이 '선택'을 한 걸 후회할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명확히 말하면 나는 '퇴사를 후회'한다기보다는 이 일을 계속 끌고 가는 게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흐려져서 그런 게 아닐까.  


   나는 이게 스쳐가는 바람이란 걸 안다. 워낙 심지가 굳어서 이렇게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열심히 일할 테고, 사람들에게 이 일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고심할 테다.


   단지 생각보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CEO들이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고, 길거리에서 춤추는 바람 인형처럼 흔들리는 때도 많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꿈이 있어서 시작한 일에도 흔들리는 때가 있다. 그래도 그들은 그렇게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일한다. 오늘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스타트업 CEO 몸/마음 건강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그걸 위해서는 내 것을 잘 챙겨서 체계화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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