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ooo
#11. 내가 송혜교가 아닌 건 맞는 얘기지.
혼자 오래 살다 보면 사소한 것도 예민하게 생각할 때가 있다. 늦게 들어갈 때 길거리에 얼마나 사람이 없는지 체크하는 건 어느 여성이나 다 기본이라 느낄 것이다. 나 같은 경우 택배기사가 ‘혼자 사는 여성’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 싫어서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일부러 가명을 쓴다. 중성적인 이름이나 남성의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택배 받을 때 가명 쓴 걸로 깔깔대고 웃은 적이 있다. 3년 전, ‘태양의 후예’에 푹 빠져서 친구를 만날 때마다 유시진 대위(송중기) 이야기만 했었다. 엄마 선물로 친구에게 택배를 부탁했는데, 친구가 보내줄 때 [받는 사람] 란에 ‘송혜교’라고 쓴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엄마가 집에 계셨다. 택배기사는 당연히 ‘송혜교’씨가 있냐고 물었을 테다. 엄마는 당당하게 그런 사람 안 산다고 이야기하시고 기사를 돌려보냈다.
친구가 연락이 와서 왜 택배를 돌려보냈냐고 물었다. 나는 엄마 선물로 주려고 친구한테 부탁한 물건이라 적잖이 당황했다. 나중에 집에 가서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는 ‘송혜교’가 아니기에 물건을 돌려보냈다는… 그래, 내가 ‘송혜교’가 아닌 건 맞지. 뭔가 상황이 너무 웃겼다. 그때 처음으로 혼자 사는 여성의 비애(?) 같은 걸 섞어가며 엄마에게 가명으로 물건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이름을 지어준 입장에서 실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서운해하시는 듯했다.
친구랑 나는 깔깔대고 웃었지만 엄마는 진지했다. 엄마가 이렇게 고지식한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