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귀여워

#12. 내가 어른이 되었다 느낄 때

by 수현

추석이 되어 부산을 내려갔다. 사실 고향을 오랜만에 내려가도 별로 특별한 걸 하지는 않는다. 내가 부산 출산이라고 하면 다들 어디 가봤냐, 뭐 먹어봤냐고 신기해 하지만, 정작 부산이 고향인 사람은 그런 곳을 가지 않는다. 그래도 매번 집에만 있기 좀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아쿠아리움도 가고 장어 먹으러 기장도 가고, 마지막으로 집에서 거하게 잔치를 벌이기 위해 코스트코를 들렀다. 코스트코의 명물 '치즈 케이크'를 꼭 먹어야겠다 싶어서 하나 사서 집에 왔다.


예전에는 맛있는 걸 사도 별로 안 드시길래 이런 '서양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하시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살이 찌는 것이 두려워 자제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번에 치즈 케이크를 샀을 때도 살 찐다고 걱정하며 별로 안 드시다가 밤 10시쯤 되었을 때 엄마는 배가 고픈데 저녁을 안 먹었으니 뭘 하나쯤은 먹어도 될 것 같다며(야식을 먹을 때는 누구나 다들 이런 식으로 정당화한다) 치즈 케이크를 하나 꺼내오셨다. 들고 오시며 '맛있겠다' 하시면서 춤을 추시는데 엄마의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계속 웃음이 났다.


먹으면서도 이건 다른 것에 비해 이런 점이 더 부드럽다, 얼려 먹으면 더 맛있겠다 등등 분석적으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랄까. 나중에 서울 집에 다시 온 이후에도 문자로 '얼려 먹으니 더 맛있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엄마의 아이같은 모습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예전에 부모님이 '사람'처럼 느껴지면 어른이 된 거라고 하던데, 부모님의 객관적인 모습이 눈에 띄는 걸 보니 어른이 되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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