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18. 우린 제법 닮았어요
엄마는 말로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엄마가 나를 정말 사랑한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는 듯하다. 성인이 되어서야 엄마의 스타일과 성격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행동주의자이다. 자취를 하다 보니 집에 갈 때마다 엄마가 반찬을 챙겨주신다. 가끔 서울에 올라오셨을 때도 평소에 내가 먹고 싶다고 얼핏 얘기한 것들을 기억하시고는 준비해 오신다. 야채 하나씩 다져서 된장찌개랑 카레를 만드신 후 소분해서 보내주시는 건 기본이다. 곡물을 갈아서 직접 미숫가루를 만들어 보내신 적도 있다.
이번 추석에 부산에 내려가서 내가 먹을 된장찌개를 엄마와 함께 만들었다. 내가 믹서기를 사드려서 좀 편해졌다고는 했지만 기계로 갈아도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기존에 하나씩 다 썰어서 요리하셨을 때는 혼자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었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서야, 엄마가 묵묵히 챙겨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빠는 볼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사랑한다'라고 표현을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먼저,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 나도 그런 면에서는 엄마를 닮았다. 이런 과분한 사랑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적이 없다.
대신 나는 매일매일 전화한다. 매번 뭐 하는지, 뭐 먹었는지, 묻는 내용은 똑같다. 내가 전화를 하는 이유는 엄마가 정말 보고 싶어서이지만 그런 말은 잘 하지 않는다.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여행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가끔 엄마가 전화해서 뭘 부탁할 때는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엄마가 나에게 행동으로 표현하듯, 나도 가랑비 옷 젖듯이 조금조금씩 엄마에게 내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