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사무실 앞에는 독특한 서점이 있다. 인테리어와 도서 배치 등이 기존의 서점과 달라 구경하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내부에 식당이 있어서 점심시간에 가기에도 좋다. 식당 내부에서는 서점을 관찰하기 좋다. 자리 바로 앞에 소파가 있어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밥을 먹으면서 구경(?)할 수 있다.
오늘은 주말이지만 일이 있어서 사무실에 들렀다가 서점에서 점심을 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소파에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맹이와 엄마가 왔다. 꼬맹이는 대견하게도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엄마에게 건네주었다. 동화책인 것 같았다. 졸린지 눈을 두세 번 비비며 엄마 쪽으로 기대어 이야기를 듣는데도 집중하는 듯 보였다. 이제 가려나 보다 싶었는데 일어나선 다른 책을 골라 왔다. 이번엔 좀 어려운 미술책처럼 보였다. 아이는 그마저도 집중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모자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평온해 보였다랄까.
어릴 때 나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 때문은 아니다. 엄마와 언니는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대신 나는 TV를 무척 좋아했다. TV를 보면 누가 불러도 모를 정도로 푹 빠졌다. TV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많지만 함께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진 못한다. 오히려 대화가 몰입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나중에 아이가 있으면 (그게 나의 아이가 아닐지라도) TV를 함께 보지 말고 책을 읽어줘야지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과 공간과 이야기와 느낌을 나누는 게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오늘 만난 모자의 모습은 나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만큼. 이제껏 꼭 해보고 싶었지만 못했던 성인버전은 엄마와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엄마에게 폭 안겨 이야기를 듣는 건 아니지만 서로의 다른 관점을 나누는데 이만한 건 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