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을 위한 마지막 관문
이제 마지막 이동 상파울루로! 버스를 너무 일찍 예약하면 새벽에 일어나 챙기기 힘들고, 오후로 잡으면 상파울루에 너무 밤에 도착해서 치안이 안 좋은 곳을 밤에 헤매기 싫어서 오늘은 그냥 이동의 날 삼기로 했다. 장시간 버스라 아침은 거르고, 슈퍼마켓에서 간단히 빵과 음료만 사고 터미널행 버스를 타는데 버스카드를 딱 충전한 만큼의 금액을 다 사용해서 좋다. 역시 여기 대도시구나! 버스터미널이 엄청 복잡하다. 우리가 탈 버스를 찾아 올라갔다 내려갔다 좀 걸렸다. 이번 버스는 라운지까지 있다! 화장실도 내부에 따로 있고 시설이 좋은데 너무 덥다. 다시 일반 대기실로 나왔다.
버스시간이 다 돼서 승강장으로 나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또 현지인이 나서서 우리가 탈 버스를 찾아준다. 추울 거 걱정했던 볼리비아, 페루 버스는 덥더니 오히려 이 더운 동네의 버스가 에어컨을 빠방 하게 틀어서 춥다. 3시간 정도 달려 휴게소 도착했다. 화장실 가려는데 스피드게이트가 있고, 들어가려면 태그를 뽑아야 한다. 안에서 이 태그로 다 찍고 마지막에 한 번에 계산하고 다시 태그를 넣어야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효율적이긴 한데 동선이 모든 기념품 가게를 다 거쳐가도록 만들었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급하게 허기를 채웠는데 휴게실에서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정차한 것 같다. 원래 이렇게 여유 있게 먹고 쉬고 하는 건가 보다.
역시 이번에도 지연이다. 남미버스는 왜 이렇게 지연이 심하냐 싶긴 한데 우리나라에선 멀리 가봐야 4~5시간이니 예측이 쉽고, 여긴 주나 나라를 지나니 예측이 어려운가 보다. 여기도 터미널이 꽤나 복잡하다. 우버를 부르는데 탑승장소가 따로 있어서 좀 헤맸다. 숙소를 도착하니 시간이 좀 늦어 셀프체크인을 하는데 이런 셀프체크인은 내 열쇠함을 찾아서 번호 맞춰서 열고 있으면 약간 방탈출게임하는 느낌이 든다.
숙소에 짐 두고 저녁 먹으러 나섰다. 숙소 근처에 슈하스코 식당이 있기에 찾아가 봤는데 엄청 고급지다. 고기뿐 아니라 샐러드바도 크고 먹을 게 많다. 너무 맛있는데 좀 짠 편이다. 테이블의 각 자리마다 식사 토큰이 있는데 한 면에는 SIM, POR FAVOR(Yes, Please) 다른 한 면에는 NÃO, OBRIGADO(No, Thanks)가 쓰여 있는데 SIM 쪽이 보이게 놨다가, 그만 먹고 싶으면 뒤집으면 된다. 먹다가 좀 천천히 먹으려고 뒤집어놨다가 다시 먹으려고 SIM 쪽으로 돌리는 순간 너무 막 갖다 줘서 조절이 좀 힘들었다. 고기들이야 대부분 맛있긴 했지만 역시나 제일 맛있는 부위는 등심이었다. 아 너무 배 부르다. 배불러도 디저트는 포기 못하지. 꾸역꾸역 먹으니 인당 10만 원 정도 나왔다. 어쩌다 보니 이런 이동의 날에는 점심을 거르기 일쑤여서 저녁을 많이 먹게 되는 경향이 있다. 배 좀 꺼지게 근처 쇼핑몰 좀 가볼까 하다가 힘들어서 중간에 돌아왔다. 소화제 먹고 자야겠다.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이비라푸에라 공원으로 출발했다. 좀 멀지만 걸어가 보기로~ 공유 자전거를 해볼까 했는데 한 시간에 5천 원, 하루 만원, 한 달 만 3천 원이다. 이거 그냥 한 달 등록하란 소리 아니냐? 가입 절차도 까다로워서 포기했다. 버스가 천 5백 원이라 필요할 때 그냥 버스 타는 게 낫다. 공원이 꽤 크다. 공원 내에 호수가 2개나 있다니! 대도심 한 복판에 이런 큰 공원을 만든 것도 대단하다. 공원 끝에 17세기에 브라질 내륙을 개척했던 탐험가를 기리는 아스반데이라스 기념비까지만 보고 이동했다.
공원에서 젤라토 하나 먹고 파울리스타 가는 버스 타는데 현금결제는 중간에 있는 차장에게 결제하고 탄다. 거스름돈도 잘 거슬러준다. 유명한 거리라 쇼핑몰도 구경했다. 쇼핑몰은 역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 날씨가 더운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여기에 BTS 팝업이??? 근데 엄청 한산하다. 왜지? 했는데 아직 매대가 텅 빈 걸 보니 준비 중인가 보다. 점심은 일식 라멘집이 있어 갔는데 이 동네는 일본 문화가 많이 퍼진듯하더니 여기도 꽤 제대로다. 알바도 일본인인 듯하다. 손님들도 일본인이 많은 거 같아 맛이 괜찮겠지 하는 기대를 안고 소유라멘 주문했다. 오 오랜만에 제대로 된 국물요리. 근데 좀 짜다 ㅠ 아 이런 국물을 추운 나라에서 먹었음 얼마나 좋았을까? 엘찰튼에서 먹은 게 생각났다. 거기 사는 애들은 일본라멘이 그런 맛인 줄 알겠지?
평 좋은 커피집 가서 시트러스콜드브루를 마셨는데 너무 맛있다. 근데 호불호는 크게 갈릴 맛이지만 내 입엔 너무 좋았다. 여기서 원두도 한 봉 샀다. 숙소 와서 짐 놔두고 동네마트에 원두 사러 갔는데 이과수커피가 없다. 마트에 있는 원두 중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고 오르페우 원두 구매했다.
저녁은 친구의 브라질친구를 만나 같이 먹었다. 프렌즈에서 조이가 즐겨 먹던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너무 맛있어! 브라질 최고 맛집 등극이다. 너무 잘 먹고 커피 뭐 사가야 하나 물어보니 이과수 별로란다. 한국에서 유명한데 알고 보면 품질 별로인 경우 있는데 이것도 그런 거였네. 오르페우를 추천해 줬다. 오 제미나이~ 사갈 커피 걱정 끝!
드디어 돌아가는 날이다. 느긋하게 일어나고 싶었는데 잠을 좀 설쳤다. 집에 갈 생각에 설레었나? 그동안 재밌긴 했어도 좀 힘들었으니 그런 생각도 무리가 아니다. 체크아웃하고, 짐 맡기고, 배트맨 벽화거리 먼저 가보기로 했다.
버스 타고 내려 걸어가는데 동네가 약간 험하다. 지저분한데도 있고, 바닥에 깨진 유리도 있다. 거리의 예술은 어려운 환경에서 꽃피는 건가? 그래도 메인거리는 관광지라 그런가 어느 정도는 정돈된 느낌이다. 퀄이 진짜 장난 아니다. 배트맨도 곳곳에 있고, 슈퍼맨 망토가 있어 사진 찍기도 좋다. 메인거리 자체는 그렇게 길지 않아 너무 단시간에 끝나버렸다. 너무 더워서 카페를 갈까 했는데 가게에 에어컨을 안 튼다. 결국 다음 목적지인 축구 박물관으로 향했다.
저 멀리서 보이는 스타디움! 아 역시 나는 축구팬이었던 것! 매표소에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신용카드를 냈는데 받지를 않는다. 엇? 현금만 되나? 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화요일이라 무료입장이다. 이런 곳이 무료입장일 때는 사람이 많던데 여긴 한산하다. 역시 가진 게 많아서 전시할 게 많다. 특히 관중석 하단에 실제 응원음성 틀어둔 게 현장감이 넘쳐 인상적이었다. 쥴리메컵은 없어서 아쉽다. 2002 월드컵 내용도 있어 한국 흔적이라도 있을까 했는데 없다. 마지막층 체험존도 재밌다. 샵에서 펠레의 빈티지 유니폼 하나 사고 마무리했다.
스타디움에 붙어있는 식당에서 점심 먹을까 했는데 뭔가 비싸고 마땅치 않아 파울리스타거리로 가기로 했다. 버스 탈까 하다가 거리가 애매해서 걸어가 보는데 꽤나 덥다. 더워서 가장 가까운 백화점으로 피신했다. 아싸이 하나 주문하고 이름에 Jaime 적었는데 포르투갈어로는 J가 ㅎ발음이 아닌 건지, 나름 영어를 쓴 건지 자이미라고 불러주는데 처음엔 못 알아들었다. 마침 점심시간대라 푸드코트가 직장인들로 미어터졌다. 뜻밖에 상파울루 직장인 체험. 새우요리 주문하는데 영어가 안돼 뭐라 열심히 설명하는데 잘 모르니 끄덕였다. 옵션선택하는데 알아볼 수 있는 단어가 salad 밖에 안 보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생채소가 나와 고기에 지친 입맛을 달래주기 좋은 선택이었다.
커피도 맛집 찾을까 하다 시원한 아아가 먹고 싶어 그냥 스벅으로 갔다. 이름 물어봐서 하이메 하니 역시 J발음이 다른가 보다. 아이메로 알아듣고 aime만 적어줬다. 딱히 뭘 하기도 애매한 시간이어서 그냥 공항에나 가기로 하고 짐 찾으러 다시 속소로 향했다.
과를류스 공항이 멀어 가장 빠른 방법이 가까운 콩고냐그 공항으로 이동해 거기서 공항 간 버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데 우버로 바로 가는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그냥 좀 더 편한 방법을 택했다. 우버 타고 가는데 폭우가 쏟아진다. 와 타이밍 죽이네. 이번 한 달간 여행 중 실제로 비를 맞은 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반나절 정도가 전부이다. 진짜 날씨운 너무 좋았다. 좀 더 가니 상파울루 동, 남, 서부 폭우, 강풍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공항은 다행히 상파울루의 북부 쪽이라 비행은 무리 없을듯하다. 고속도로 진입 후 차가 엄청 밀린다. 우버 기사님 갓길 진입한다. 시간을 엄청 단축시키긴 했는데 좀 무섭긴 하다. 중간에 사고 난 차가 보여서 안전벨트도 착용했다. 근데 기사님 운전 엄청 잘하시긴 한다. 여기저기 끼어들기도 잘하고, 심지어 이 폭우에 메신저까지 하는 여유까지 보인다. 도로 중간에 바퀴가 잠길 정도의 물 웅덩이를 만나기도 했지만 무사히 잘 도착했다.
3 터미널에서 우버 내리고 전자항공권에 2 터미널로 나와 터미널 이동하는데 전광판엔 3 터미널로 나온다. 근데 체크인 카운터가 안 나온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편수가 적어 그런가 전용 카운터가 없고 남들 비었을 때 잠깐 얻어 쓰는 모양이다. 두어 시간 넷플릭스 보면서 또 대기했다.
잉? 탑승구는 터미널 3인데 체크인은 터미널 2이네 다시 2 터미널로 이동했다. 체크인 시간 9시 30분 좀 지나서 열리고 10시 체크인 완료했다. 비즈니스석이라 빠르게 할 수 있었다. 밤이라 그런가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도 빠르게 완료했다. 라운지 가서 샤워부터 하려 했는데 다 사용 중이랜다. 좀 챙겨 먹고 샤워실 보는데 아무도 나왔다 들어가지 않고 한 칸은 쓰던 수건이 널려있다. 아무래도 샤워실 사람 받기 싫은듯하다. 스카이팀 실망이야. 열려있는 샤워실에 안 쓴 수건이 있어 그냥 거기서 샤워하고 나왔다. 샤워하고 나니 좀 살 거 같네. 라운지에서 두어 시간 채우고 탑승하러 다시 3 터미널로 이동하는데 또 땀이 난다. 감기약 하나 먹고 푹 자야겠다.
브라질은 사실 귀국을 위한 루트정도였는데 치안이 안 좋다는 우려와 다르게 너무나도 친절하고 깨끗한 나라였다. 너무 잘 놀고 간다.
Obrigado Bras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