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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Apr 05.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 3 - 크라쿠프1

2023.2.27 회색의 크라쿠프

오늘은 크라쿠프로 이동한다. 플릭스버스를 처음 타보는 거라 조금은 긴장하고 일찍 챙겼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과 악수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나왔더니 바르샤바 있는 내내 날씨가 안 좋더니 떠나려니 왜 이리 맑냐? 터미널행 버스를 교통패스 주말권으로 이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조금 일찍 나오긴 했는데 여유 있게 커피숍도 가고 좋았다.

4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크라쿠프의 첫인상은 무언가 무채색의 느낌이었다. 날씨가 흐려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는데 건물들의 색깔이 강하지 않고, 아우슈비츠의 길목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이 더 그렇게 느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Lorf Hostel&Apartments

바르샤바에서 도미토리가 좀 불편했었는데 숙소 가격도 저렴해서 이번에는 호스텔이긴 하지만 1인실로 예약을 했다. 숙소는 셀프체크인인데 약간 방탈출처럼 미션이 있다. 번호키 누르고 메인현관을 들어가면 약간 미국 옛날 영화 중 오래된 안 팔리던 저택에 입주하면서 아무도 없는 집에 헬로~하면서 얘기가 진행되는 공포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짜 그렇게 대저택이란 건 그렇게 낡았다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 풍기는 아우라가 그랬다. 우편함에서 키 찾고, 층별 공동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동주방을 지나 드디어 내방을 찾을 수 있었다. 화장실/욕실은 공용이지만 방안에 세면대는 있어서 이 닦거나 간단한 세수를 하기엔 편리했다. 전망은 없지만 작게 테라스도 있어 냉장고 대용으로 사용할 수 도 있었다. 벽장문을 열면 외벽이 바로 노출되는 건지 냉기가 확 느껴져 최소한으로 열어야 된다. 공용 욕실은 아주 깨끗했는데 3박 하는 동안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Kuchnia U Babci Maliny a.k.a. 할머니 식당

아침에 샌드위치를 먹고는 아무것도 못 먹어 배고파서 체크인하고 바로 나갔다. 신시장, 구시장 둘 다 가봤는데 과일이나 옷가게가 많았고, 자리 잡고 먹기가 마땅치 않아 할머니 식당으로 향했다. 분명히 간판은 있는데 들어가 봐도 박물관이나 도서관 같아 보였고 식당이 보이지가 않는다. 건물 관리인 같아 보이는 분께 물어봐서 찾았는데 건물 중정으로 가서 다른 입구를 찾고 거기서 다시 지하로 가야 식당이 있었다. 여긴 뭘 이렇게 다들 숨겨놓냐.(이유는 다음날 워킹투어에서 알게 되었다.)

바르샤바에서와는 다르게 이번엔 튀긴 피에로기를 주문했다. 다른 식당들과 다르게 약간 푸드코드 시스템과 비슷해서 카운터에 가서 주문하고 번호 불러주면 찾아가는 식이다. 그래서 팁은 안 줘도 되는데 주문하고 나서 받은 거스름돈을 팁박스에 넣었다. 여유가 생기면서 이렇게 팁을 가볍게 줄 수 있는 것도 좋다. 찐 피에로기와 내용물은 비슷한데 피는 좀 더 두꺼웠다. 역시 만두는 튀겨야!

내일 워킹 투어를 예약해서 다시 올 거라 오늘은 광장을 가볍게 구경하기로 했다. 유럽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광장이다. 광장에 가면 탁 트이기도 했고,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선물 가게나 주요 관광지들이 있어 기분이 좋다. 조금만 덜 추웠으면 했지만.

Pijalnia Czekolady E.Wedel

바르샤바에서 못 먹은 베델 핫초코를 여기서 먹으려고 간 베델에서 운영하는 초콜릿 카페

매장도 넓고 친절하다. 핫초코와 티라미수를 주문해서 달디 달음의 극한을 느껴보기로 했다. 핫초코는 씨솔트 캐러멜을 주문했는데 초코의 존재감이 강해 씨솔트의 맛은 거의 안 느껴졌다. 약간 쓴 버전으로 주문했는데도 꽤 달아 목이 간지러울 정도였다. 그래도 꾸덕한 핫초코를 입안 가득 물면 기분이 좋다.


달디달기 체험하고 급 피곤해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추워서 뭘 여유 있게 할 수가 없네. 숙소는 밤이 돼도 조용한 거 보니 역시 이 층에는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방에 있는 tv가 유튜브가 되는 스마트tv라서 한국 예능모음을 켜놓고 다음 장소 코시체, 부다페스트를 예약하며 쉬었다.


내일은 좀 덜 추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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