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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Apr 07.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 4 - 크라쿠프2

2023.2.28 크라쿠프 워킹투어

좋지만 어딘가 무서운 숙소를 오늘도 나선다.


Lajkonik

아침을 먹을 카페를 찾던 중 워킹투어 미팅포인트 근처에 샌드위치 전문점이 있어 오늘은 카페가 아닌 샌드위치 전문점으로 갔다. 아 근데 커피는 자동머신으로 뽑아서 나오는 게 좀 아쉽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이것마저 맛있다. 전문점답게 샌드위치는 당연히 맛있었고

창가자리에 앉아 먹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외국인이 영어 할 줄 아냐며 말을 건다. 어머니가 멕시코인인 미국인이고 이름은 옥타비우스(a.k.a. Tavi)였는데 여행직전에 한 게임인 스파이더맨이 생각났다. 하면서 흔치 않은 이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메딕으로 참전했고, 지금은 폴란드에서 교사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특이한 이력의 사내였다. 한국에서 왔다 하니 언제까지 크라쿠프에 있냐며 주말에 언어교환 행사가 있는데 한국인이나 아시아인은 인기가 좋다 한다. 핫한 걸도 만날 수 있다는 대목에서 1차 경계를, 참전을 했는데 지금은 잔고가 별로 없다는 얘기에 기부 얘기할까 봐 2차 경계. 30분여 계속 얘기하다 보니 꽤나 열심히 살고 있는 사내이다. 자기소개 같은 걸 어릴 때부터 사진을 붙여서 만든 독스가 꽤나 인상적이었고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투어 예습 좀 하고 타임랩스도 찍으려 한 걸 못 하게 되었지만 재밌는 경험이었고, 80% 이상은 알아들은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다. 떠나기 전에 한번 연락하겠다며 메신저를 교환했지만 그에게 다시 연락은 오지 않았다. 다시 만나지 못하진 않았고, 투어 하는 중에 잠깐 마주치긴 했다.

워킹투어는 오늘도 반정도만 알아들은 것 같고, 폴란드는 여러모로 우리와 닮아있었다. 두 번의 큰 침략이 있었고, 그중 하나는 2차 세계대전이다. 그런 큰 어려움에도 복구를 잘했다. 어제 할머니 식당은 왜 이렇게 지하에 숨겨놨나 했더니 올드타운이 언덕에 만들어진 곳이라 그때는 지상층이었는데 도시 공사를 하며 평탄화 작업을 하며 지하가 됐다는 사실을 수도원 입구를 보며 알았다. 그래서 입구가 지하인 곳은 오래된 곳일 확률이 높다. 성모승천교회 정각에서는 아직도 나팔수가 나와서 직접 나와서 부는데 4방향으로 한 번씩 분다. 불다가 뭔가 끝난 것 같지 않게 끝나는데 망을 보던 나팔수가 몽골군의 침입을 알리며 나팔을 불다가 화살에 맞아 죽은 것을 재현한 거라 한다.


모스크바 맥도널드 1호점

지나가며 농담 식으로 역사적인 건물이라며 크라쿠프 맥도널드 1호 점도 소개해주셨는데 여기도 오픈 당시에는 러시아 맥도널드 1호점에 줄 서있는 사진처럼 줄을 엄청 섰다고 한다. 겨울이라 적절하게 윈터 브레이크로 크라쿠프에서 가장 오래된 야기엘론스키 대학교 건물에서 커피타임도 하며 몸을 녹이기 좋았고, 프랜차이즈보다 커피도 맛있는데 학생요금으로 적용도 해주었다.

도시도 전체적으로 그렇지만 성도 부서지고 복원하고, 증축하고를 반복해서 한 건물에 여러 가지 양식이 섞여있기도 하고, 한쪽은 낡아 보이지만 한쪽은 멀쩡해 보이기도 한다.

Smok Wawelski

동화나 전설 속 공주들은 팔자들이 항상 같다. 나라의 큰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남자와 결혼하게 될 운명이다. 여기에 있는 용의 전설도 마찬가지로 매일 한 명씩 잡아먹는 용을 죽인 신발제작공과 결혼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용을 못 잡으면 잡아먹힐 팔자이긴 했다. 그 전설 속의 용이 살았다고 하는 동굴 앞에 동상이 있는데 10분 주기로 불을 뿜는다.

투어를 마치고 유태인 지구로 가는 길 비스와강에는 백조가 이쁘고, 윤슬이 이뻐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걷는 게 나쁘지 않았다.

Po Krakosku

점심은 유태인지구를 구경할 겸 그 근처에서 식당을 찾았다.


이번에 먹는 새로운 음식은 플라츠키. 폴란드식 감자전이다. 메뉴가 감자전이라 양이 적을까 싶어 하나 더 주문하려는데 양이 충분하다고 했다. 실제로 받고 보니 굴라쉬가 같이 나와 양이 꽤 많았다. 감자전은 잘 구워서 바삭했고, 굴라쉬 국물에 눅눅해진 부분도 쫄깃한 느낌으로 맛있었다. 굴라쉬 고기의 식감은 장조림에 가까웠다. 요거트 소스가 같이 나왔는데 이건 후식요구르트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맛있고 양도 많은데 친절하고, 화장실까지 엄청 깨끗했다. 어제 식당도 좋더니 여기도 너무 맘에 들었다. 배부른 만족감에 유태인지구 구경하는 것도 잊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버렸다.


Balon widokowy

멀리서 열기구가 보여 지도에 보니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가보기로.

유태인 지구에서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지만 시간이 많은 편이고 날씨가 좋아 걷기로 했다. 표를 끊고 앞에 대기하니 올라갔던 열기구가 내려오고 승객들이 내리고 내가 탔는데 어라? 나 혼자 탔다.
높이 올라가는 거라 추울까 했는데 타임랩스 찍느라 카메라 들고 있던 손이 떨어져 나갈 거 같았던 것 빼고는 그리 춥지는 않았다.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아까 다녀왔던 성도 보이고 강을 기준으로 구시가와 현대식 시내가 나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내려오니 입구에 여러 명이 줄 서 있다. 마치 짜고 친 것처럼 나만 혼자 탔다.


점심을 좀 늦게 많이 먹어서 저녁은 간단히 먹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가며 버스정류장 앞 점방에서 폴란드식 베이글이라고 할 수 있는 오빠자넥을 사서 들어갔다. 맛은 특별하지는 않고 딱 예상되는 맛이었다. 테라스에 놔둔 맥주와 같이 먹었는데 식당에서 마신 맥주는 좀 덜 시원하게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맛있더니 차가운 맥주는 왜인지 덜 맛있었다. 시원한 맛은 좋은데 맥주의 맛은 덜 느껴지는 느낌이다.

내일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투어가 일찍부터 있어서 자야 한다. 일부러 맞추진 않았는데 삼일절에 가게 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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