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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Apr 09.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 5 - 크라쿠프3

2023.3.1 추웠던 아우슈비츠

일부러 맞추진 않았는데 삼일절에 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다.

보통의 투어는 예약한 시각에 딱 맞게 시작해서 추운데 일찍 가서 떨 것 같아 시간에 거의 딱 맞춰서 갔더니 투어를 위해 온 많은 무리 중 유일한 아시아인인 정확히 나를 집어 말을 건다.

쥬노 호이?

??? 왠지 나를 얘기하는 거 같긴 했지만 너무 다른 발음에 혹시나 해서 명단을 보고 나서야 내가 맞다고 얘기하고 차량에 탑승했다. 아마도 HYUN JOON CHOI라고 쓰여있는 걸 보고 앞 첫 단어 HYUN이 given name이고 뒤에 JOON CHOI를 성으로 판단하고 부른 게 아닐까 한다. 거기다 C를 O로 잘못 봤으려나? JOONOHOI라면 대충 맞아떨어진다.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오시비엥침. 가이드님 미팅 중에 오늘 추운데 안에 가면 더 추울 거란다. 넓은 장소가 트여서 추운 건지? 맘이 추운 건지?


수용소 입구 쪽으로 가서 다른 무리와 합류를 했는데 거기서 만난 가이드님이 입장 티켓을 나눠주면서 이번에는 자신 없는 발음으로 이름을 부른다.

쵸이?

내가 받아가니 '낫 잉글리시 네임' 이러고 구시렁거리자 다른 가이드 분이 '오브콜스 낫 잉글리시 네임'하며 어이없어하시며 웃는다.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입장권을 받고 검색대를 통과한 후 인솔자를 따라 희대의 개소리를 써놓은 게이트를 통해 들어갔다.

실제 수용소에 그때 당시에 압수한 물건이나 희생자의 사진들을 전시해 뒀다. 그중 어린아이의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먹먹해진다. 실제 머리카락이나 신체의 일부분이 있는 부분은 존중의 의미인지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어있다. 훼손을 우려해 플래시는 당연히 안되고

For ever let this place be a cry of despair and a warning to humanity, where the Nazis murdered about one and a half million men, women, and children, mainly Jews from various countries of Europe

나치가 약 150만 명의 남성, 여성, 어린이, 주로 유럽 여러 국가의 유대인을 살해한 이 장소가 인류에 대한 절망의 외침이자 경고가 되도록 한다.

그리고 이동한 비르케나우 수용소

여기는 규모가 엄청나다. 그들도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지 도망가면서 많이 부수고 갔음에도 현장이 많이 남아있다. 수용소 끝 부분에는 추모관을 만들어놨는데 이 장소에 대한 비문이 희생자의 모든 언어로 쓰여 있다. 추모관의 바닥의 타일조차 의미가 다 있는데 희생자의 숫자만큼 깔아놨다고 한다.

수용소의 실상은 역시나 열악했고, 비슷한 역사를 가진 나라의 사람이라 그런가 마음이 더 쓰이는 것 같았다. 그들도 그들의 과거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서 많이들 찾아와 잊히지 않는 역사가 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 군함도도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이런 식으로 기념할 수 있었을까?

다 보고 나서 집결지가 어디였더라 하면서 찾아갔는데 나처럼 생각했던 다른 관광객분도 아무도 안 와서 여기가 맞나 하며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아이 캔 레코그나이즈 유'하며 안심해했다. 아시아인이 흔치 않아 걸어 다니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다시 크라쿠프로 돌아와 승합차에 내리면서 소금광산에 대한 안내가 있을 줄 알았는데 기사님이 자신은 드라이버일 뿐이라서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고 한다. 다른 관광객들에게도 물어봤지만 나와 다른 상품이라 그런지 모른다고 한다. 기사님이 보통 저 앞쪽에서 모이니 거기 가서 알아보라 하셔서 다른 관광버스 기사님에게도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아마 여행사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아 마이리얼트립은 지금 시차가 안 맞아서 통화가 안된다. 바디랭귀지가 통하지 않으니 전화영어 울렁증이 있음에도 예약내역에 있는 현지 여행사 번호를 찾아내서 전화를 걸었다. 두근두근... 사람은 위기가 오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걸 느꼈다. 왜인지 영어가 막힘없이 술술 나와 픽업시간을 알아냈다.


Morskie Oko

투어에 제공됐던 샌드위치가 양이 적어 배가 고팠는데 시간이 여유가 있어 밥을 먹으러 갔다.

이번에도 폴란드 음식 주렉. 폴란드식 수프다. 소시지 주렉을 주문하고, 기름진 거 위주로 먹다 보니 풀을 좀 먹고 싶어 생채소를 주문했는데 잎채소가 아닌 당근 같은 열매채소가 채 썰어진 상태로 나왔다. 생채소라며 약간 절여져 있어 느끼한 속을 달래긴 했는데 절임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남겼다. 주렉의 소시지는 3가지가 있었는데 다들 식감이 달라 좋았고, 추워서 국물이 뜨거운 게 좋긴 했으나 좀 짰다.


다시 아침의 그 픽업 장소로 가서 기다리니 벤츠 스프린터가 와서 이름을 부르며 태운다. 이름을 잘 부르다 약간 우물쭈물하길래 나다 싶어서 명단을 보니 역시 내 이름을 한 번에  읽지 못하고 있다. 픽업장소가 여러 개였는지 차량 안은 거의 만석이었고 친구가 하는 버스투어의 차와 같은 브랜드지만 친구차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소금광산은 길을 잃을 수도 있거나 통제구역이 있어서 그런지 단체든 개인이든 인솔자를 따라서만 관광이 가능하도록 제한되어 있고 엄청나게 깊어 엄청난 계단을 내려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행히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몇백 년 전에 이렇게 깊게 만든 것도 신기한데 내부에서 오래 생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성당까지 지어져 있다.

CHOI'S Korean Chicken & Cupbop

돌아오는 차량에서 읽은 책에 치킨이 나와 오늘은 한식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도에서 돌아오는 길을 찾는데 얼핏 CHOI란 글자를 본 것 같다. 다시 잘 보니 코리안 치킨 컵밥이 있네? 돌아가는 길목이라 들렀는데 아 이런 식당이 없네. 

먹을 기대하다가 못 먹게 되니 더 당기더라. 주변을 둘러보다가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저 안쪽에서 한글 간판 같은 게 보인다. 지도에 약간 빗나가게 표시돼 있었다. 다행이다 먹게 돼서. 사실 말도 좀 하고 싶어서 한국인이 있을까 하는 기대도 했는데 사장님은 주방에만 있나 보다. 간장컵밥과 소떡소떡을 시켜 먹었다. 양도 꽤 많고, 한국에서의 맛 거의 그대로였다.

춥고 추웠던 폴란드는 이제 안녕. 내일은 내가  가볼 거라고는 생각조차 안 해봤던 미지의 땅 슬로바키아로 간다. 징쿠예가 겨우 익숙해졌는데 이제 다쿠옘을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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