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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Apr 11.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 6 - 코시체1

2023.3.2 징쿠예 폴란드, 댜큐옘 슬로바키아

크라쿠프에서 며칠 동안 오가다 가보고 싶었던 카페가 있었는데 크라쿠프를 떠나기 전에 꼭 가보고 싶어 벼르다 마지막날 드디어 갔다. 

KAFFE BAGERI Stockholm

아침에 가니 입구부터 시나몬향이 훅~ 쉴 새 없이 빵을 만들고 바로 굽고 계신다. 친구 두 분이서 하는 스웨덴 콘셉트의 카페 같았다. 이른 시각이었음에도 손님들이 있어서 줄을 서서 시나몬롤과 라떼를 주문해 자리를 잡았다.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와 빵을 먹으며 책을 읽고 있자니 이게 행복인가 싶었다. 그러던 중 책에서 본 구절도 행복은 모르겠고 마음에 드는 순간이 많으면 좋은 것. 행복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 순간인건 확실했다. 그때의 기분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자리 잡고 책을 읽고 있는데 가게 주인 분들과 친근해 보이는 주민들이 오갔다. 왠지 그들만의 아지트에 침입한 이방인 같아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었지만 매일 올 수 있는 그들이 이내 부러워졌다.

오늘 이동하는 버스는 5시간의 장거리라 버스에서 먹을 간식으로 시나몬롤을 하나 포장해 가려했는데 아침시간이라 굽는 족족 다 팔려서 또 구워야 한단다. 아쉬움을 접고 숙소에 돌아와 짐을 싸고는 다시 사러 가자니 캐리어 끌고 가기 귀찮아서 고민했지만 하나 더 먹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캐리어를 끌고 갔다. 시나몬롤을 사고 이제 폴란드 돈은 필요 없으니 남은 동전을 팁박스에 다 털어 넣었다.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승차권 판매기가 동전전용이다.

????????????

이제까지 탄 모든 버스는 카드 전용 승차권 판매기였는데 하필 동전이 없는 지금 동전전용 판매기인가? 판매기 앞에서 헤매고 있자 근처에 앉아있던 다른 승객이 동전 외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의도치 않게 한 정거장 무임승차를 하고 버스에 내려 떠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다음 버스도 카드 버스라는 장담이 없고, 원래 걸어갈 만한 거린데 캐리어 때문에 버스 타고 가는 거라서 그냥 걷기로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걸었지. 버스정류장 가느라, 버스가 조금 돌아가는 거라 한 정거장은 버스를 탔음에도 더 많이 걸었다. 그나마 안 추워서 다행이었다. 짐을 끌고 오래 걸었더니 더워져서 두꺼운 외투는 하나 벗어서 캐리어에 넣었다.


다음 목적지가 원래는 부다페스트였는데 8시간 정도 걸린다. 야간버스를 타자니 새벽 도착이라 문도 안 열었을 텐데 피곤할 것 같고, 낮버스를 타자니 하루를 통으로 버리게 되는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중간에 한 도시를 경유하기로 했다.


코시체 가는 버스를 타는데 검표하던 기사님이 안세요라고 인사를 하신다. 대충 안녕하세요가 하고 싶었구나 알아듣고 오랜만에 듣는 한국어(?)가 반가워서 활짝 웃었다. 5시간여의 버스 이동이 지루할 줄 알았는데 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거기에 게를라호프스키봉의 경치까지 좋아 그리 지루하진 않았다.

그렇게 도착 한 코시체는 크라쿠프가 무채색 같았어서 그런지 건물들이 색감도 이뻐 보였고, 첫인상은 아기자기한 게 좀 정겨웠다.  숙소는 어딘가 올림픽 선수단 숙소같이 급조하거나 짜 맞춘 느낌이 났는데 깨끗하고, 온전한 1인실이라 좋았다. 0층에 방을 배정받았는데 창을 열면 바로 거리라서 동네 사는 듯한 느낌을 받는 방이었다. 코시체는 정보도 없거니와 계획도 없었어서 그냥 나를 위해 쉬는 날로 지정했다. 슬로바키아가 편한 건 유로를 써서 편하기도 했고 물가도 저렴했다.

Rosto Steak House

나를 위한 날이니 비싼 스테이크도 썰었다. 먹고 싶었던 샐러드가 기본으로 나왔고, 사이드로 선택한 코울슬로도 맛있었다. 굽기는 미디움으로 했는데 영어로는 템퍼러쳐라고 하는 걸 처음 알았다. 스테이크는 육즙이 줄줄 흘러 최소한으로 썰어 먹고 싶었다. 같이 나온 소스들도 맛있었지만 고기가 좋은 건지 역시 소금만 살짝 찍은 게 제일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날씨가 춥지 않아 그냥 좀 걷기로 했다. 얼마만의 마음이 열리는 날씨인가! 성엘리자베스 성당이 열려있어 우연히 들어간 성당에선 성가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알아듣진 못해도 뭔가 홀리한 게 위안이 됐다. 체코슬로바키아였어서 그런가 건물들 양식은 프라하에서 봤던 그것들과 비슷했다.

한가하게 돌아다니다가 마트에서 맥주와 미니프레츨처럼 생긴 과자를 사 와 마셨다. 맥주는 무난했고, 과자는 미니프레츨을 구부리지 않은 것처럼 생겨있었는데 번역해 보니 소금막대기였는데 이름값을 하는 그런 과자였다. 정말로 짜서 소금을 털어내고 먹어야 했다.

동네가 이쁘고, 물가도 저렴한데 다들 친절하기까지 하다. 한국인은커녕 아시아인조차 나밖에 없던 곳. 머리 식히거나 칩거하기 딱 좋은 곳이다. 중간에 들러야 하나 고민한 게 무색하게 너무 맘에 든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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