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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Apr 13.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 7 - 코시체2

2023.3.3 작지만 맘에 들었던 코시체

1박만 하고 코시체 떠나는 날이다.

잠자리도 괜찮았는데 조식도 생각보다 잘 나왔다. 6만원대에 이 정도면 너무 좋다.

아침은 좀 쌀쌀했지만 얇은 외투 하나만 입고 나가기로 했다. 폴란드에선 얇지 않은 외투에 얇은 외투 하나 더 껴입고 다녔었는데 그땐 너무 추웠어서 이 정도면 괜찮지 하는 맘이었다. 추우면 뭐 카페나 들어가지 하는 맘으로 캐리어를 프런트에 맡겨두고 숙소를 나섰다.  Perceiving 유형의 여행법이 편리해지는 순간이다.


어제의 버스터미널 근처에 큰 공원이 있어 곧장 그리로 향했다. 동네 하키단이 있었는지 하키 코트에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현지인인척 구경 좀 해보고 싶었는데 입구가 잠겨있어 걸음을 돌렸다. 애견 공원이라 개들을 많이 데리고 방문하는 공원이었다.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없지만 아직 곳곳에 코시국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고,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는 곳도 많았다.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고는 역시나 좀 추워서 카페로 향했다.

Dóm svätej Alžbety

한적한데 커피값도 저렴했다. 책 좀 보다가 낮의 성당을 다시 보고 싶어 성당 쪽으로 갔다. 가보니 벼룩시장이 한창이다. 짐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애물단지가 될 거라 구경만 하고 지나치려 했는데 골동품처럼 생긴 잔을 사고 말았다.


낯선 이의 축복. 굿맨

성당내부에 다시 들어가 보니 누가 봐도 여행객티가 나는 나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 사내가 접근했다.

친절을 베풀고는 돈 좀 달라고 할 것 같아 괜찮다며 거절했다. 성당을 계속 구경 중인데 아까 그 사내가 서성이다가 다시 오더니 솔직하게 배고프다며 좀 도와달랜다. 큰 단위 동전과 작은 단위 동전을 분리해서 재킷 양쪽 주머니에 나눠 담아뒀은데 작은 동전을 털어줬다. 아마 2유로가 채 안 됐을 텐데 그 사내가 주님이 널 지켜볼 거라며 당신은 굿맨이라고 작은 축복을 해줬다. 그냥 하는 말이겠지만 처음 보는 다시 안 볼 이에게 받은 축복에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다. 나와보니 극장 앞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시간도 여유가 있는데 미리 알아봤으면 괜찮은 공연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Perceiving 유형의 여행법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어제도 느꼈지만 코시체는 쌀국숫집이 많았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엔싱크, 비욘세 같은 2000년대 초반의 철 지난 팝송이 인기가 있었다.


오늘은 버스가 오후 3시쯤 출발하는데 4시간이 걸린다. 이동하는 날엔 돌아다닐 시간이 적은 대신 버스에서 쉬면 된다는 생각이 있어 마음이 조금 무적이 된다. 어제 안 가본 지역까지 걸어가 보기로 하고 구글지도를 켠다. 지도에는 주요 포인트는 아이콘으로 뜨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가봤다.

리뷰 댓글을 보자니 그냥 조각이라는 한국인 아무개 씨가 단 한글 댓글이 보였다. 번역된 현지인의 댓글을 보니 페스트를 이겨내고 만든 감사를 표하기 위해 만든 페스트 조일레이다. 창피함은 내 몫인가? 페스트 조일레는 유럽 전역에 있는데 유럽인들은 이 페스트 조일레를 보면서 코로나 시국을 이겨낼 마음을 키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나 조사가 없음에도 이런 현지인들이 달아준 댓글이 큰 도움이 되었다.

Grange Burger

여긴 지역 음식 상관없이 먹기로 해서 좀 멀지만 맛있다는 버거집을 찾아갔다. 아!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다. 지도에 매장 내 식사 가능 표시는 따로 나오는데 제대로 보질 않았다. 찾은 버거집 둘 중 고민하다가 간 곳이었는데 나머지 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소스가 진짜 맛있었다. 빵은 바닥까지 적당히 구워서 먹기가 불편하긴 했지만 코시체에 올 때는 이 버거를 먹을 기대를 한다는 리뷰에 공감이 되었다.

이렇게 배를 채우고 부다페스트행 버스에 탑승했다. 어제는 5시간, 오늘은 4시간이지만 오늘이 더 힘들었다. 어젠 자리도 여유로워서 경치가 좋은 쪽으로 옮겨가며 사진도 찍고 했는데, 이번엔 자리도 꽉 차 비행기처럼 한자리에 계속 있어야 했고, 밤이 되며 경치를 볼 수도 없어서 그런가 싶었다.


한국인이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해서 1주일 교통권을 끊고, 숙소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몸이 힘들어서 진짜로 싣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을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조명이 들어온 건물이 너무 이쁘다. 와 나 진짜 부다페스트에 왔구나 하고 실감했다. 약간 피곤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이번 숙소는 한인민박집이다. 사장님께서 숙소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나니 모국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막 tmi를 방출해 버렸다

여행을 시작한 지 1주일이 조금 넘은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스프나 비빔장을 하나도 먹지 않았다. 딱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나는 한식 없이도 잘 사는 사람이구나라고 깨달았지만 내일의 조식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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