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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Apr 17.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 9 - 부다페스트2

2023.3.5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의 감동

부다페스트 오면 꼭 가봐야 한다는 온천. 민박집 사장님이 빌려주신 수건과 슬리퍼를 싸들고 숙소를 나섰다.

시내와 조금 멀어서 지하철 타러 가는데 제르보카페가 한산하다. 아침이라 그런가? 이런 기회를 지나칠 수 없어 모닝커피도 마실 겸 바로 들어갔다.

Gerbeaud Kávéház

시그니쳐 커피를 주문했는데 이제까지의 커피와는 다른 특이한 쓴맛이 난다. 이런 커피가 있나 하고 신기해하고 있는데 마시다 보니 어라? 얼굴이 조금 화끈한 게 느껴진다. 설명을 자세히 봤더니 살구주가 들어가 있다. 뜻밖의 모닝음주를 하게 되었다. 산미가 높고 쓴맛도 강한데 군고구마의 탄 부분 같은 날카로움이 있고, 휘핑크림은 부드럽고 달달해서 커피가 흘러나오며 크림과 살짝 섞이니 맛있었다.

Vörösmarty tér

부다페스트 지하철 1호선은 다른 호선과 조금 다르게 아담하고 시끄러운데 1호선은 유럽 최초의 지하철이다. 입구는 무슨 무덤이나 던전 같고, 차량은 약간 레고 같이 귀엽다.

Széchenyi Gyógyfürdő és Uszoda

지하철을 타고 온천 근처에서 내리는데 검표를 한다. 부다페스트는 무임승차 벌금이 적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검표를 많이 하는 편 같았다. 온천 정문으로 갔더니 입장제한을 하는지 뒤쪽 다른 입구로 안내했다. 대기가 길까 걱정했지만 그리 길지는 않았다. 노천탕은 두 개로 나눠져 있는데 한쪽은 좀 뜨끈하고 한쪽은 미지근한 편이었다. 나이 들수록 뜨끈한 게 좋은 건 만국공통인 것 같다. 뜨끈한 쪽은 연령대가 높았고, 어린 사람들은 미지근한 쪽에 다 있었다. 미지근한 쪽은 작게 유수풀도 있었는데 그 좁은 곳에서 빙빙 도는 게 웃음이 났다. 건물이 웅장하고 오래된 게 특이하긴 했지만 사람이 많기도 해서 그런가 역시 탕은 우리나라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온천하고 나온 후의 그 깨운함에 기분은 좋았다.

온천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영웅광장이 있는 시민공원으로 갔다. 입구에 회오리감자를 팔고 있기에 부다페스트에서 먹는 회오리감자는 어떤 기분일까 하는 맘에 사 먹어보려다 8천원이나 해서 그냥 좀 이따 밥을 먹자하는 맘으로 지나쳤다. 영웅광장과 버이더후녀드성을 둘러보고 조금 늦은 식사를 하러 갔다.

Ez Az Bisztró

아까 회오리감자 값을 절약했으니 이번엔 스테이크를 썰기로 했다. 비스트로에 가서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추천받아 한잔 같이 주문했다. 와인만 마시면 꽤나 떫어서 그리 맛있진 않았는데 스테이크 먹고 나서 마시면 희한하게 맛있었다. 스테이크는 바삭하게 구워 그냥 먹는 게 제일 맛있었고, 굽기도 적당해 질기지 않았다. 스테이크 먹고 와인으로 페어링, 감자로 안주 삼으니 무한으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추천해 준 와인이 스테이크와 페어링이 좋아 기분 좋은 식사를 마쳤다.


오페라 예약이 그렇게 어렵다던데 혹시나 하고 예매사이트 들어가 봤더니 카르멘은 역시나 자리가 없고, 카르미나 부라나는 취소표인지 자리가 여기저기 가끔씩 나왔다. 제일 앞자리가 14만원 정도였고, 박스석이 가격이 저렴했는데 왜인지 한자리만 선택해도 4자리가 같이 선택되었다. 그럼에도 제일 앞자리보다 조금 저렴했으나 어차피 혼자 보는 거 이왕 보기로 한 거 제일 앞자리서 보기로 했다. 좀 비싸도 10분짜리 미니공연이 있는 1시간 오페라하우스 투어가 3만원 정도인 거 보면 충분히 투자해 볼 만한 금액인 것 같았다.

오페라는 거의 본 적이 없어 어떤 내용인지 몰라 유튜브에서 자막이 있는 한국공연 영상을 찾아 예습을 했다.


Magyar Állami Operaház

드레스코드가 있을 것 같아 챙겨 온 옷 중 제일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부 구경도 할 겸 조금 일찍 갔다. 내부는 투어를 따로 할 이유가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여기가 이 정도인데 제일 신경 썼다는 국회의사당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생각하며 국회의사당 투어예약을 못한 나를 원망했다. 공연장 내부에 들어가 보니 박스석은 한 번에 4자리가 선택된 이유는 박스에는 일행끼리만 앉도록 하게 하기 위한 거였던 것 같았다.

 Opening

왕좌의 게임 같은 판타지물에나 나올 것 같은 옷을 입고 오래된 악기를 다루며 알아듣지 못할 노래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 상황이 너무나 감격스러워 어제에 이어 오늘도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O Fortuna

오프닝이 끝나고 무대가 열리면서 오 포르투나가 터져 나오는데 내 감동도 터져 나왔다. 무대를 전체로 영상을 쏘는데 2중 스크린이라 꽤나 입체적이어서 감동을 배가 시켜준다. 본무대에서는 합창단, 합창단 뒤편의 위쪽에는 무용수들이 발레를 한다. 무대 살짝 아래는 다른 뮤지컬들과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단이 있다. 춤곡을 연주할 때는 합창단은 뒤로 돌아서 무용수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수, 영상까지 더해저 엄청난 무대를 만들어낸다.

공연 전체가 헝가리어로 진행되니 중간중간에 준비해간 제목 번역본을 보며 내용을 따라갔다. 사진이나 영상촬영은 안된다고 시작 전부터 방송이 나오는데 의외로 중간중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이 감동을 그대로 안고 숙소로 향했다. 이번 여행을 오면서 다짐했던 게 유명 프랜차이즈를 가지 말자고 한 게 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이 다짐을 깨고 버거킹에서 포장을 했다. 그나마 한국에 없는 메뉴를 시켜 위안을 삼았다. 여기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버거킹조차 외관이 심상치 않다. 사진만 찍고 나오긴 했지만 맥도널드도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곳이라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버거킹 외관 / 맥도널드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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