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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Apr 19.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 10-부다페스트3

2023.3.6 압도적인 야경. 도나우강 크루즈

어제 오페라하우스가 화려한 걸 보고 국회의사당 투아가 못내 아쉬워 예매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온라인 예매는 매진인 건지 막혀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는 홈 페이지 글을 보고 혹시나 현장 개별입장이 가능할까 해서 아침부터 무작정 가봤다. 매진이었던 이유가 무슨 행사가 있는 건지 입장자체가 안 됐다. 내일 거는 온라인 예약만 가능하다고 한다. 아쉬워서 전경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총탄자국이 남은 바리케이드 같은 게 있다. 1956년 헝가리혁명 때의 실제 흔적이다.

Muvész Coffee House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어제 갔던 제르보 카페에 이어 3대 유명 카페인 예술가의 카페로 갔다. 엄청 맛있진 않았지만 내부가 이쁘고, 무엇보다 줄 안 서고 한산한 게 좋았다. 카푸치노를 주문했는데 이 동네는 커피주문하면 크로캉 같은 작은 쿠키가 하나식 같이 나와 좋았다.

Rudas Gyógyfürdő és Uszoda

부다페스트는 온천이 여러 개 있는데 다들 특색이 조금씩 있다며 숙소 들러서 수건과 슬리퍼를 챙겨서 루다스 온천으로 향했다. 일단 터키탕만 결제하고 입장했다. 탈의실 자체가 사물함이어서 시설은 세체니보다 좋았다. 여긴 한국 사우나랑 비슷하다. 큰 탕이 있고, 대부분 유레카를 외칠 것만 같은 아르키메데스 같은 어르신들이었다. 중요 부위만 가리는 앞치마 같은 것만 걸치고 다니신다. 남녀 사용요일일 달랐던 이유가 진짜 사우나의 형태라 그랬나 보다. 역시 뜨끈한 건 어르신. 여기 온천물이 좋아 회춘한 다고 하여 라틴어로 젊음을 뜻하는 유벤투스라는 별칭이 붙었고, 몸에 좋다고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온천물 식수대가 있고 마셔보면 유황 달걀맛이 난다. 아마 30초 정도 젊어졌을까?


루다스 온천이 뜨끈한 탕이 있기도 하지만 노천탕이 좋다던데 이대로는 아쉬워서 추가 결제해서 웰니스 스파도 가보기로 했다. 뭐지? 별게 없네 괜히 추가 결제까지 했잖아 하는 순간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구석에서 발견했다. 옥상에 노천탕이 있었다. 역시 노천탕은 전망이지 하며 세체니보다 좋았다. 아마도 밤에는 더 좋겠지? 지금이 비수기라 그렇지 노천탕이 그리 크지 않아서 사람이 많으면 따닥따닥 붙어서 전망이고 뭐고 민망할 것 같았다. 노천탕을 즐기고 나오기 전 아쉬워서 사우나도 한번 더 들렀다.

Szent Gellért-szobor

사우나를 마치고 나와보니 전망대 같은 곳이 보였다. 200 계단 정도 되어 보이는데 나무가 시야를 조금 가리긴 하지만 무료인 점을 생각하면 올라가 볼 만한 곳이었다.

RICK'S RESTAURANT

민박 조식이 푸짐해서 항상 점심은 좀 늦게 점저로 먹게 되는데 오늘도 그랬다. 민박집 사장님께 들은 헝가리 멧돼지인 만갈리차 스테이크를 먹어보기로 했다. 추천해 준 곳은 거리가 좀 있어서 숙소로 들어오다 야외석에 있는 메뉴판을 보다가 만갈리차 스테이크를 발견해서 거기서 먹기로 했다. 야외석에 착석해서 주문을 하니 구워 먹을 돌판과 함께 초벌이 된 스테이크가 나왔다. 시즈닝은 라면수프 느낌이라 익숙한 맛이었다. 썰어서 돌판에 구워 먹는 방식이다. 지방이 별로 없는데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Duna Cruises

야경 크루즈는 꼭 타야 했기에 10번 선착장이라 불리는 두나 크루즈를 예약하러 갔다. 다른 곳에 디너크루즈도 있는데 그건 너무 길어 조금 지루하다고 해서 1시간짜리로 예약하고 시간이 남아 커피 한잔 마시러 갔는데 스타벅스가 강변에 자리 잡아 전망이 좋았다. 그렇지만 전망 좋은 자리는 당연히 이미 다 찾다. 야외 테이블에 앉기에는 너무 추워서 그냥 구석에 자리 잡고 책을 읽었다. 오늘도 이렇게 결국 프랜차이즈를 갔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크루즈를 타러 갔더니 직원이 한국어로 인사를 해주었다. 아시아인인데 한 번에 한국인으로 알아보고 괜찮은 발음으로 인사해 주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혼자 탔는데 창가 쪽 앉고 싶다 하니 인도사내가 있는 자리에 합석시켜 줬다. 그 사내가 이젠 혼자가 아니라며 서로 위로를 했다. 잠시 후 잉글랜드 노부부가 합석을 했다. 5분여 다자간 프리토킹이 돼서 신기했다. 당연하듯이 묻는 어디서 왔냐며. 코리아라고 하고 나서 싸우쓰 코리아라고 다시 말하기 귀찮아 요즘은 그냥 처음부터 싸우쓰 코리아라고 답한다. 잉글랜드 아저씨가 싸우쓰 코리아? 아 당연하지? 아 그렇지? 하며 혼자 좀 터졌다. 합석한 4명 모두 오늘이 부다페스트 마지막 날이다. 잠시 후 노부부는 다른 자리로 옮겼고, 인도 사내와 얘기를 이어갔다. 확실히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갔나 보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에 대해 알고 있고, 아내는 김 씨 성을 가진 배우를 좋아한다는데 한국에는 김 씨가 너무 많아 누구를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예전엔 발리우드 영화가 인기가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못 봐서 얘기를 더 못 나눈 게 아쉬웠다.

날이 추워 선실에만 있다가 국회의사당 근처에선 갑판으로 올라갔다. 역시 유럽 3대 야경이 부다페스트, 파리, 프라하라지만 내가 보기엔 압도적으로 1위가 부다페스트다. 

숙소로 돌아가니 남자 도미토리는 몰타 어학연수생은 체크아웃했고, 나 혼자 뿐이다. 한국에서 그리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신기하게도 평일이 되면 이렇게 손님이 싹 빠진다. 신기해서 사장님께 물어보니 주말에 유럽 교환학생이나 유학생들이 여행 겸 한식 먹고 싶어 온다고 한다.

와! 신기하네 학생 때 이런 경험 못 해본 게 더 아쉬워졌다. 주방에서 교환학생분들이 있어서 가져왔던 라면수프와 비빔장의 반을 드렸다. 잘 안 먹는 거 짐만 됐는데 선심도 쓰고 좋네.

내일은 부다페스트의 마지막날이다. 짧지 않게 있었음에도 아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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