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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Apr 25.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 13 - 자그레브2

2023.3.9 자그레브 시민의 쉼터 슬리예메

니콜라 테슬라가 크로아티아 사람이었다니. 정말 몰랐다. 그래서 자그레브에 니콜라 테슬라 박물관이 있다. 오늘 시작은 이 박물관부터 가보기로 했다. 어제는 시내투어라 다 가까운 곳만 가서 걸어 다녔는데 오늘은 좀 멀리도 가볼 예정이라 마지막 날 터미널 갈 것까지 해서 교통권을 30분권 세장과 60분권 한장을 한 번에 샀다.

Tehnički muzej Nikola Tesla

숙소에서 박물관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걸어갔다. 표를 끊고 검표하는 직원에게 도브리단 하니 크로아티아말을 할 줄 아냐 물어본다. 당연히 못하고 도브리단(안녕하세요)과 흐발라(고맙습니다) 밖에 못 한다니 첫인사를 크로아티아어로 하면 크로아티아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하고 영어를 안 쓸 수 있다며 도브리단은 안 하는 게 좋다고 얘기해 줘서 이후로는 흐발라만 쓰기로 했다. 입장권은 한번 끊으면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한다.

테슬라 과학 박물관은 박물관보다는 과학관에 좀 더 가까워 보였다. 테슬라가 크로아티아 태생이라 전면에 내세웠지만 박물관 전체가 테슬라에 관련되지는 않았고, 첨단기술이나 공업뿐 아니라 농업 관련 등 기술 전반적인 내용을 전시하고 있었고, 테슬라관은 한쪽에 따로 섹션을 마련해 뒀다. 입장하니 학생들이 단체로 왔다. 잠시 후 테슬라관 쪽에서 뭔가 설명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까 그 단체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설명하고 있기에 살짝 들어가서 보니 정기적으로 하는 일종의 장치시연이었다. 늦게 들어가서 앞은 놓쳤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는 볼 수 있었다.

Žičara Sljeme – Postaja Gračansko Dolje

지도를 보니 자그레브에 케이블카가 있다. 높은 동네 가서 야경을 봐야 할 것 같았지만 케이블카는 밤늦게까지 하지는 않아서 차라리 맑은 낮에 가기로 했다. 맑았던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경치 보러 가는 건데 흐려진다니 불안했다. 어제 스텝분께 여기 간다고 했었는데 날이 흐리다고 걱정해 주셨다. 박물관은 시내 중심가의 남서쪽이고, 케이블카는 북동쪽이라 1시간짜리 교통권을 찍고 탔더니 25분 만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는 사람이 별로 없어 넓은 칸에 혼자 탈 수 있었다. 10분 정도면 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간다. 거의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올라가는 중에는 볼만하더니 막상 정상에 오니 건물이나 언덕에 가려 경치가 좀 아쉽다.

점심은 스키하우스 푸드코트 같은 곳에서 먹고 나왔는데 아직도 스키를 타고 있다. 좀 일찍 와서 나도 좀 탈걸했지만 궁금해서 가본 슬로프에서 설질을 보고 아쉬움이 싹 사라졌다.

Kućica Sljeme

좀 더 경치가 괜찮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이 거품은 뭐지? 우유 종류가 다른가 싶을 정도로 거품이 쫀쫀해서 좋았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비가 왔지만 이내 그치고 다시 맑아졌다. 선곡까지 좋아 기분이 더 좋아졌다. 따듯한 곳에서 책을 보다 보니 졸려서 내려갈까 했는데 날이 너무 좋아져 그냥 내려가기가 아쉬워져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핫초코를 하나 추가 주문했다. 꾸덕하고 진한 핫초코를 마시니 기분이 확 좋아졌다. 산 위에 있자니 여기가 유럽인지 강원도 리조트인가 싶지만 여유가 있고, 날씨도 좋아 그런가 마냥 좋기만 했다. 그래도 역시 밖은 밖이고, 날씨는 아직 쌀쌀했다. 한 시간도 못 있고 추워서 일어섰다.

밑으로 내려오니 어린이들이 한 무리가 있더니 멀리서 부끄러운 듯 곤니치와 곤니치와 한다. 얘들아 나 한국사람이다. 그냥 웃어줬다. 자그레브가 한국인들이 많이 오기 전엔 일본인들이 많이 왔어서 아시아인은 일본인으로 오해하기 쉽다고 한다.

Mirogoj Cemetery

돌아오는 길은 부다페스트 민박 사장님이 볼만하다는 미로고이 공원묘지에 들렀다. 갑자기 외국 공원묘지? 누군지 아는 사람도 없는데? 지나가다 시간 남으면 가볼 만할 정도로 잘해두긴 했다. 1대 대통령 자리는 누가 봐도 좋은 자리에 있다. 묘지임에도 왜인지 이런 현충원 같은 곳은 마음이 차분해진다.

Witrina

숙소로 오다가 시내 들러 어제 가이드님이 소개해준 트러플 전문점에서 화이트 트러플 파우더를 샀다. 오일은 향이 금방 날아가서 조금 비싸지만 파우더로 샀다. 블랙보다 화이트가 더 좋은 거라기에 조금 더 비싸도 화이트로 샀다. 후에 이 파우더는 향이 엄청 강해서 밀폐용으로 붙어있던 씰을 버린 휴지통에서는 며칠 동안 뚜껑을 열 때마다 트러플 향이 났고, 파우더 병을 넣어 둔 냉장고에서는 트러플 향이 진동을 해서 질릴 지경에 이르러 지퍼백에 넣어야 했다.


호스텔 밑 층에는 코인 세탁소가 있다. 와이파이가 돼서 빨래를 넣어두고 시간 보내기 좋았다. 기다리고 있는데 외국인 분이 코인 교환기에서 헤매고 계신다. 도와주려고 가까이 가서 확인해 봤더니 1,2유로 전용 기기인데 센트를 넣어 막혔다. 두드리거나 반환 버튼을 눌러 몇 개를 빼긴 했는데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도저히 해결이 안 되어 결국 다른 분이 전화해서 사장님이 출동하셨다.

Submarine Burger Frankopanska

빨래 좀 하고 늦은 저녁은 호스텔 스텝분께 추천받은 포장 하러 갔다. 버거와 트러플 프라이, 밀크셰이크를 주문하고, 기다리며 서빙되는 걸 보는데 푸짐하고 맛있어 보이는 메뉴가 있기에 아 저거 시킬 걸 하며 아쉬워했는데 내가 주문한 트러플 프라이였다. 프라이만 먹어도 될 정도로 양이 많았는데 버거도 있다. 많이 비싸지도 않은데 양이 엄청 많고, 치즈도 듬뿍이고, 트러플 향도 확 났다. 버거가 오히려 평범해 보였다. 셰이크는 내가 알던 셰이크가 아니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녹인 맛이었다. 프라이는 결국 남겼다.

내일은 극적으로 성사된 플리트비체 투어가 있는 날이다. 근교라서 몇 시간 차를 타고 이동이라 일찍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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