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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Apr 29.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 15 - 류블랴나

2023.3.11 처음 가게 된 도시지만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류블랴나

내가 슬로베니아를 가게 될 거라고 예전엔 생각이나 해봤을까? 게다가 류블랴나는 처음 듣는 이름의 도시이다. 사실 자그레브에서 비엔나로 올라가는 중에 있는 곳이라서 간 거지 원래 계획에도 없던 곳이었다.


버스시각이 좀 일러서 일찍 일어나 짐을 다 챙기고 휴게실로 나갔다. 좀 서두르는 것 같아 보여 스텝분께서도 조식 샌드위치를 원래 조식시각보다 조금 일찍 만들어주셨다. 먹고 잘 쉬고 간다며 인사하고 나와서 트램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갔다. 당연히 버스 내린 곳에서 다시 타겠지 하겠거니 그 근처로 갔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화살표 따라 라운지 표시 쪽으로 갔는데 라운지 같은 곳은 없다. 화살표가 위쪽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앞쪽을 가리키는 게 아니고 진짜로 위층을 가리키는 것일 줄이야. 1층으로 올라가니 라운지가 있고 버스 노선별 탑승구 안내 화면과 바로 내려갈 수 있는 입구가 있었다.

Turn Hostel

버스 탑승! 이 버스는 플러그, 선반이 있고, 와이파이까지 다 된다. 이제까지 국경을 넘을 때 한 번도 여권 검사를 안 했었는데 처음으로 여권검사를 한다. '꼬레아' 하더니 별 확인 없이 그냥 지나갔다. 류블랴나는 큰 도시가 아니라서 터미널에서 숙소가 가깝고, 구시가도 숙소와 가깝다. 체크인은 지상층에 있는 펍에서 하는데 아직 체크인 전 시각이라 짐만 맡겨두고 무작정 숙소를 나섰다.

Cacao Ljubljana

카카오 야외테이블에 자리 잡고 음료를 주문하는데 아이스크림 맛집이라 아이스크림 베이스 음료인 Zara를 주문했다. 초코 젤라토 베이스에 비스킷과 크림, 초콜릿이 토핑 되어 있어 시원하고, 맛있다. 날씨도 좋아 책을 읽고 있는데 웬 책 파는 사람이 지니 가다 말 걸며 책을 판다. 안 살 거면 기부라도 해주라고 한다. 아시아인이 다가가기 쉬운 건가?

Central Market

구시가를 구경하다 용의 다리 옆 중앙시장 쪽으로 갔는데 푸드코트 비슷한 곳에서 카이막을 팔고 있다. 동유럽에서 파는 진짜 카이막은 어떨지 궁금해서 카운터 쪽으로 갔다. 근데 여기가 카페메뉴가 아니고 식당메뉴라서 뭐랑 먹어야 할치 몰라 직원분께 물어보니 동유럽식 소시지 체바치치와 같이 먹는 거라고 해서 같이 주문했다. 카이막은 진한 크림치즈 같았다. 꿀이 없어 그런 건지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천상의 맛은 아니었다. 체바치치는 좀 짠 편이었는데 같이 나온 빵과 같이 먹으니 맛있었고, 카이막이랑 같이 먹어도 좋았다.

Ljubljanski grad

류블랴나 몇 안 되는 큰 유적지 류블랴나성으로 산책 겸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위에 도착하니 푸니쿨라가 있었단 사실이 생각났다. 류블랴나성 입장권을 끊는데 슬로바키아에서는 방탈출 카페가 보이더니 동유럽은 요즘 유행인 건지 성안에서 방탈출식으로 단서를 찾아서 푸는 패키지도 있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영어이기도 하고,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있어서 오디오 가이드와 입장권 패키지로 구매했다.

성꼭대기 타워가 있는데 벽이 두꺼워 전망이 확 좋지는 않다. 반대방향으로 테라스도 올라갈 수 있는 걸로 가이드용 지도에 나와있고 사람들이 실제로 올라가 있는데 도무지 입구가 안 보인다. 알아보니 공사 중이라 올라갈 수가 없다. 위에 있는 사람들은 식당 야외테이블에 착석한 사람들이었다. 용의 전설이 있는 동네의 공주는 다들 박복하다. 여기도 용을 죽여주는 사람에게 공주랑 결혼시키는 전설이 있다. 여기는 그나마 용을 잡은 사람이 기사였다. 용이 사람을 잡아먹은 전설이었는데 이 도시의 상징은 용이라는 아이러니가 있다. 오디오 가이드 분량이 많아 좋긴 했는데 잘 아는 역사가 아니라서 좀 지루하긴 했다.

England Pub

호스텔로 다시 돌아와 체크인을 완료하고 보니 토트넘 경기 중인 시각이었다. 체크인하던 곳이 잉글랜드 펍이라 축구 보기 좋았어서 들어가 보니 첼시와 레스터시티의 경기가 틀어져있다. 캔 유 체인지 채널... 하면서 안쪽을 보니 5명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아! 실수했다. 아임쏘리 하면서 조용히 물러나는데 직원이 채널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확하게 임파서블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해하고 나도 맥주 한잔 시켜서 착석했다. 뭐라도 유럽에서 보는 축구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일은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 투어 했던 분들과 블레드행을 합류하기로 해서 터미널로 다시 가서 내일 갈 블레드행 버스표를 예매했다. 2.20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에 왜 이리 싸지 했는데 주말이라 할인 요금이 적용된 것 같았다.


Pop's Burger Bar

이 동네는 아담하니 안전한 것 같기도 하고 춥지도 않아서 야경을 보러 나갔다. 보다 보니 강가도 이쁜데 강변 따라있는 식당들이 분위기가 너무 좋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너무 제대로 된 레스토랑 말고 좀 캐주얼해 보이는 펍에 자리를 잡았다. 감자튀김과 래들러를 주문했는데 래들러가 하우스 맥주이다.

자그레브에서도 그랬고, 계획에도 없던 도시였는데 도시 자체가 이뻤고, 정겹고 아담하니 한시도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 이런 곳이라면 정말 싫어할 수 없는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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