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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May 01. 2023

액션가면의 동유럽 16 - 블레드

2023.3.12 인생샷의 장소 블레드 호수

류블랴나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은 포스토이나동굴, 피란, 블레드가 있다. 포스토니아를 가려고 했는데 열차 타고 들어가는 거 외엔 만장굴과 비슷하고 크게 특색이 없다는 말이 있고, 피란은 바다 마을이라 큰 호수가 보고 싶은 제주도 촌놈은 블레드를 가기로 했다. 지난 플리트비체 투어 동행이 재밌었어서 그 동행분들도 블레드로 간다 하니 그 영향도 있었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 조금 지겨워지기 시작했거든.

Neubar

아침은 여유 있게 나와 호스텔에서 터미널 가는 방향 카페에서 마키아토와 얼그레이 케이크를 주문했다. 가격도 저렴한데 친절하고 맛도 너무 좋아 이 카페는 류블랴나에서 제일 좋아하는 카페가 되었다.

책을 보다가 좀 천천히 갔는데 버스에 줄을 서서 타는데 생각보다 많이 탄다. 엇? 나까지 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탔는데 어제 버스표를 예약한 게 무색하게 입석으로도 마구 태운다. 그래서 버스표가 저렴한 거였나? 꽉 찬 버스에 서서 한 시간 넘게 가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힘들다. 다행히 중간쯤 경유 도시에서 자리가 나서 앉아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은 트리글라브산이 멀리서 보여 경치 보는 재미도 있다. 율리어스 시저가 슬로베니아를 정복하고 자기 이름 따서 지었다는 율리아알프스에 있다.

Blejski grad

한 시간 반정도 걸려 도착한 블레드에서는 성부터 가보기로 했다. 작은 장소나 볼거리에 비해 입장료가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싼 편이었지만 호수뷰가 좋았고 날씨가 맑았어서 괜찮았다. 그렇다고 이 멀리까지 와서 성을 안 보고 갈 수는 없었다.

Pizzeria Rustika

성에서 점심으로는 호수로 성에 올라갈 때 봤던 피잣집을 갔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1인 1피자를 시키고 있다. 웨이터분께도 물어보니 충분히 1인 1피자가 가능하다고 한다. 우린 3명이서 피자 하나, 립 하나 시키고도 남았는데 말이다. 비싸지도 않고 양도 많은데 어제 류블랴나에 이어 역시 슬로베니아 좋구나라고 느낀다.

Blejsko jezero

블레드 호수 둘레길을 따라서 5~6킬로미터 정도 산책을 하는데 인생샷 포인트가 계속 갱신된다. 호수 둘레의 중간쯤에 가니 조정경기장 같은 곳이 있는데 88 서울올림픽 메달리스트 사진도 붙어있다. 한 바퀴 쭉 돌며 구글지도에 등록되어 있는 Point of Photograhy가 있기에 가보니 장소 이름에 걸맞게 블레드 호수에 있는 블레드섬과 블레드성, 알프스산맥까지 한 번에 담기는 뷰이다. 한 바퀴 돌고 도시 류블랴나로 돌아가는 버스 정류장에 갔더니 버스시간이 거의 맞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다행히 이번엔 처음부터 앉아갈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며 물을 사려고 마트 들렀는데 일요일이라 문을 다 닫았다. 편의점이나 식료품점도 다 닫았다. 이런 유럽에 대비했어야 했는데 지난번에 당하고도 또 실수했다. 혹시나 어디 연 곳이 있을까 하고 무작정 나갔다. 있으면 사고, 없으면 밥이라도 먹고 와야지.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관광객들이 있을만한 곳의 식당이나 기념품 가게 외에는 거의 다 문을 닫았다. 워라밸 확실하다. 용의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쓸데없이 웨얼아유프롬 하며 말을 걸어오는 사내. 나는 이미 너의 목적을 알고 있으니 용건을 어서 말해 그냥 지나쳐줄게. 모로코에서 왔다며 쓸데없이 이름 물어보더니 역시나 돈을 달랜다. 약간 도를 아십니까 같다. 접근하는 순간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어 바로 알 수 있다. 광장에서도 웬 노숙자가 보이기에 그러려니 지나쳐 가는데 뒤에서 쏘리쏘리하며 부른다. 뒤도 안 돌아보고 걸음을 재촉했다.

Čevabdžinica Sarajevo '84

물 찾기는 포기하고 그냥 수돗물 받아먹기로 하고, 어제 동행분들에게 추천받은 사라예보 84로 갔다. 메뉴판에는 사진이 제대로 없어 DM으로 받은 사진을 보여주며 주문하니 보산스키 로나츠라는 비프스튜이다. 보스니아식 스튜인데 굴라쉬와 비슷하다. 피에로기도 그랬고 이 동네는 한국인이랑 입맛이 비슷한 것 같다. 약간 닭볶음탕 같은 갈비찜? 목이 말라 주문한 콜라는 크기가 너무 작다. 여긴 다 이렇게 작은 콜라가 나오더라.


맛있게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24/7 간판이 보이기에 가보니 자판기에 생수가 있다. 작기도 하고, 좀 비싸지만 급한 데로 하나 뽑아 숙소로 갔다. 오늘 룸메이트는 코소보인이다. 서로 국가를 물어보고, 서로의 국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 그런지 딱히 얘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동행들 덕분에 심심하지 않고, 사진도 건지도 맛집소개까지 여러모로 고마웠던 하루다.

내일은 이제 마지막 국가 오스트리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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