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에서 별보고 칠레 카라마로
새벽 2시 알람에 눈이 번쩍 떠졌다. 알람을 잘 듣는 편이긴 하지만 혹시 못 일어날까 봐 설쳤다. 짐 다 싸들고 체크아웃하는데 아침을 못 먹으니 바나나와 빵을 싸주신다. 여기 가격도 싼데 서비스도 최고다.
어둑어둑한 우유니 마을길을 걸어 투어사 앞에 도착했다. 투어사도 닫혀있고 아무도 없다. 좀 기다리니 suv 차량이 왔다. 3시 출발. 오늘 투어는 한국인 5명, 홍콩인 1명이다. 한 시간여 달려 도착한 스타라이트 투어 스폿. 엄청 춥다. 맨투맨 두 개, 경량패딩 두 개를 껴입었다. 폰카가 아니고 dslr로 전문적으로 찍어주니 퀄이 엄청 좋다. 별똥별도 많이 보이고 사막임에도 모래사막이 아니니 먼지가 없어서 좋다. 스타라이트는 다른 불빛 없이 별빛만 보며 사진을 찍는 게 핵심인데 중간에 단체관광객차량이 라이트로 방해해서 좀 지체됐다. 그렇지만 기사님은 프로셨고, 알아서 노출 잘 조절하셔서 엄청난 퀄의 사진이 나왔다.
그다음 바로 이어지는 선라이즈 투어. 어젯밤에 비가 잠깐 오더니 물이 찰방찰방해서 빛반사가 있다. 바람도 안 불어서 사진 찍기 꽤 좋은 날씨인듯하다. 풍경과 날씨 다 좋은데 장화가 안 이뻐서 염전노동자 같다.
이제 카라마로 간다. 투어사에서 예매해 준 미니밴 사무실로 갔더니 대기실은 사람이 많아서 외부에서 기다렸다. 투어 종료가 7시인데 터미널 버스는 6시쯤 출발이라 하루 더 있어야 하기도 하고, 걸리는 시간도 3시간 정도 더 걸린다. 쉴 예정이긴 하지만 하루를 그대로 버리는 거라 불편함 감수하기로 했다. 기다리는데 현지인이 말을 걸더니 한국에서 왔다니 자꾸 김정은 김정은 한다. 남한에서 왔다고 해도 계속 그러니 그는 그게 나름 그의 개그인가 보다. 카라마행 차량은 스타렉스이다. 별거 아닌데 그래도 눈에 익은 차량이 오니 반갑다. 먼 길 불편한 자리 걱정했는데 운전석 바로 뒷 두 자리 배정됐고, 우리 열 옆자리는 비었다. 그나마 최상의 시나리오. 무엇보다 김정은 드립 치던 아저씨와 떨어져서 다행이다.
3시간 정도 달려 출입국 사무소 도착했다. 출국심사 줄이 길어서 친구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갔는데 꽤 걸려 물어보니 화장실 찾다가 우리 차량에 탔던 여자분을 마주쳤는데 화장실 찾는데 이 동네는 여자 혼자 다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라며 같이 동행 좀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와 육로로 국경 건너는 거 재밌다고 생각한 거 취소! 여기 두 시간이나 걸린다. 페루에서 들어올 땐 출입국이 붙어있어 편했는데 여긴 볼리비아 출국 심사+짐검사, 칠레 입국 심사+짐검사 짐검사도 엑스레이 기계가 고장 났는지 가방을 열어서 확인하고 있다. 아 고되다. 김정은 드립 치던 아저씨는 말도 안 통하는데 사사건건 계속 끼어든다. 담배도 여기저기서 막 피고~ 아 고되다. 국경에는 시장이 활성화 됐고, 개인 무역상처럼 서로의 나라에서 물건을 가져와 파는 것 같았다. 국경을 넘어서니 여긴 칠레. 칠레로 들어오면서부터 한 가지 걱정이 나도 모르게 사라졌는데. 화장실 걱정이었다. 출입국사무소부터 화장실이 무료였다. 칠레 입국심사가 완료되면 PDI라는 영수증 같은 걸 주는데 이거 출국 시 필요하기도 한데 유용하기도 하다. 칠레 쪽에서는 벤츠 스프린터로 바뀌었는데 짐검사하는 사이 그 아저씨가 우리 둘 탔던 자리 혼자 차지했다. 그 와중에 또 친한 척 뭔가 계속 말한다. 대충 내 핸드폰이 좋아 보이니 자기 거랑 바꾸자는 말도 하고 이 사람은 그게 재밌나 보다.
오랜 대기 끝에 다시 카라마로 출발했다. 가는 중간에 길에서 대형 트럭이 퍼져서 지체되고, 공사 중이라 지체되고, 결국 총 8시간 걸려 카라마 도착! 여긴 고도가 좀 낮아 고산병약은 그만 먹기로 했지만 좀 낮아봤자 2,400미터이다. 한라산보더 높다. 아! 오늘 일요일이네! 환전소가 문을 닫았다. 밥은 카드 쓰면 되는데 물이 문제이다. 일단 체크인하고 슈퍼마켓 찾아보기로 했다.
체크인하는데 예약사이트에서 결재를 했지만 원래는 세금을 따로 내야 한다는 안내가 있었다. 직원이 여권과 PDI를 요구해서 제출했더니 여행자에게는 도시세가 면제가 된다고 한다. 와 여기 숙소 좋다. 창문이 있어! 전망도 꽤 괜찮음. 복도에 정수기도 있다! 물 걱정 끝! 그저 평범한 덴데 그동안 숙소가 그냥저냥 했어서 드디어 숙소다운 숙소를 만나 신났다.
7신데 아직 안 어둡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밥 먹으러 가는데 동네가 좀 음침하고 가게들이 다 철창이 쳐져있다. 카라마시민들이여 어떤 삶을 사신 겁니까? 근처엔 연 버거 가게를 갔는데 의자도 테이블에 묶여있고, 카운터에도 철창이 한 겹 더 있다. 어두워지면 더 무서워질 것 같아서 포장해서 숙소로 갔다. 9천 원짜리 버거에 감자포함인데 버거가 와퍼보다 크다. 결국 좀 남겼다.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