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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핏 박인후 May 27. 2023

인어공주의 흑인 캐스팅을 응원하며 _01

인어공주 캐스팅 비판에 대한 조소 


이번에 새로 개봉한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영화 자체로 별로 관심도 없고 당분간 볼일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캐스팅 논란 관련해서 개인적인 생각들이 있어서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개인적으로 인어공주 역으로 누가 캐스팅되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동북아인 여성이 되던, 여성으로 성전환한 근육질 트렌스젠더가 되던 뭔 상관인가. 그렇지만 시대에 맞춰서 이왕이면 유색인종이 주인공을 하는게 세상을 좀더 '진보'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세상을 인위적으로 PC(political correctness)즉 정치적으로 옳게 만드는 것에 '당연히' 동조하는 사람이다. 물론 복잡한 문제다. PC의 기준은 무엇인가? PC는 과연 옳은 것인가?


인류의 역사는 PC의 역사다. 사피엔스의 역사에 사실상 99% 이상을 차지하던 수렵 채집 시절을 빼고 인간의 역사는 불평등과 착취의 역사였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사람은 적어은 농노도 아닐 것이고 발에 쇠고랑도 차있지 않을 것이다. 봉건제, 왕족사회를 거쳐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노였고 여자들은 사람 취급을 못받았다. 피부가 검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동물원에 가둬두고 신기하게 보던게 1906년이다. 스위스의 일부 지역에서는 1990년에야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다(씨바! 이게 역사다!) 노동시간은 어떤가? 노동 시간이 단축되고 주 5일 노동이 시행된지 20년이 되지 않는다! 이 모든것을 바꾼것이 인류의 진보이고 PC는 진보의 원동력이다. 바로 부당하게'Political', 즉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제도가 되버린 것들을 'Correction', 즉 수정하려는 인위적인 모든 것들. PC는 당연히 인위적인 것이다. 하지만 PC함으로 바로 잡으려는 것들 역시 인위적인 것이다. 어떤 부당한 제도나 관행은 특수한 환경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수렵채집 시절에는 노예제도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인종차별은 그보다는 좀 더 근원적이다. 인종차별은 타자와 다름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대충 PC주의자로서 자부심에 대한 글을 마무리 하고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이번 캐스팅에 대한 몇가지 비판을 나열해 본다. 


A. 인어공주 캐스팅에 대한 비판들


1.흑인 원작 캐스팅은 원작 훼손이다. 

개소리다. 영화든, 소설이든, 웹툰이든 원작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다. 애초에 하반신이 물고기인 생물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적 없는 가상의 생물이다. 예술의 목적은 당시 상황의 그대로의 '재현'보다는 '재해석'에 가깝다. 원작을 어떻게 해석하든 그건 창작자의 맘이다. 인어공주를 남자로 하건 문어로 하건 그건 감독과 제작진, 디즈니 맘이다. 


추가로더 보면.. 아래는 고고학적으로, 통계적으로 구현한 예수의 얼굴이다. 2000년 전에 중동에 사는 30대 남자의 평균 외모가 대충 이랬다는 과학적인 접근이다. 


아래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대충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수의 외모를 비스무리하게 캐스팅한 배우 '짐 카비젤'의 영화속 모습이다. 누가 원작 훼손인가? 



2. 흑인이 문제가 아니다. 못생긴 '흑인'이어서 문제다.

이래서 PC가 중요하다. 사람을 피부색, 외모로 비하하거나 차별하면 안된다는게 PC정신 중 하나다. 더 나가서는 그냥 외모에 대한 발언 자체를 삼가야 한다. 인어공주든 누구든 남의 외모를 품평하고 비하하고 평가할 자격은 없다. 


외모에 더해서 말하자면 많은 부분 '미의 기준'은 주관적이고 사회적이란 거다. 세상 어느 나라에도 '못생긴 사람은 길가다가 총에 맞아서 죽어도 좋다'같은 법이 없는 이유는 그런 나쁜 법을 만들어서도 안되지만 '못생긴'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3.내기 어린 시절 좋아하던 디즈니 애니속 에일리를, 나의 동심을 파괴하지 말아라.

가장 웃긴 이유라고 생각한다. 디즈니가 1989년에 만든 만화는 공공재에 가깝다. 누군가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자기가 에일리이랑 결혼한것도 아니고.. 아니, 우리는 결혼을 해도 상대를 소유했다고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어린시절의 동심이 애니메이션 한편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았겠지만 너의 그 '동심'이란 것도 지금도 같은 회사인 '디즈니'가 만든거다. 어찌보면 디즈니는 지금 당신의 '동심'을 30년만에 원금회수하고 있는거다. 이자도 안받고 회수하는 것 같은데 대충 고맙게 생각하자. 


그리고 '동심'이라고 대충 봐주는 태도 자체가 이상하다. 무지와 꿈으로 가득한 동심만큼 높아진 이해와 현실 자각으로 채워진 어른의 마음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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