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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핏 박인후 Sep 04. 2023

영화/책 머니볼: 게임에서 져도 좋다

그렇지만 게임에 죽을힘을 다할 것이고, 게임을 즐길 것이다.

얼마 전에 독일 쾰른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비행기 안에서만 총 26시간을 보낸 것 같다. 밤 비행기라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내긴 했지만 책 한 권을 다 봤다. 그 책은 바로 '머니볼'이었고 이번 출장에서 예상외의 수확이었다. 


출장 때마다 책을 한 권 꼭 챙긴다. 책은 무겁지만 비행기 탈 때, 특히 이착륙 때 노트북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고 이런저런 경우에 독서는 해외 출장 중에 하면 좋다. 


이번 출장에서는 특히 비행시간이 길어서 어떤 책을 가지고 갈지 고민이 많았다. 다음의 조건을 모두 갖춰야 했다. 


1.400페이지가 넘을 것: 다시 말하지만 이번 출장의 비행시간이 26시간이 넘었다.

2. 내용이 좀 어려워서 작정하고 봐야 할 책이면 좋다: 또다시 말하지만 이번 출장의 비행은 길었다.



위의 조건에 맞는 책이 마침 '머니볼'이었다. 나의 최애 영화지만 어쩌다 원작인 책을 사놓고 몇 주째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책이었다. 어쩐지 책은 재미가 별로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보니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오는 비행기 안에서 시간을 할애했고 책을 출장 중에 다 봤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책은 특이하게도 소설이 아니라 주로 경영자를 위한 '자기 개발 서적'이다. 저자 역시 '소설가'가 아니라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루이스'..


책을 보고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내용들이다


A. 성공하는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절제력, 통제력, 만족 지연력, 이성적 냉철함. 

영화에서는 브래드 피트가 분한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의 구단장 '빌리 빈'은 성공하는 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나 힘이 아니라 '자기 절제력'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리고 이 특성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 자신이 특출 나게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야구선수로서 데뷔를 하지만 결국 선수로서 실패한 것도 '자기 절제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의 저자가 보기에 구단주가 된 빌리 빈은 선수들의 '자기 절제력'은 타고난 것이라고 믿지만 모든 선수에게 '자기 절제력'을 강제로 주입시키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한다. 


B.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의 투수 채드 브래드포드의 감동적인 성공 이야기

영화에서는 '빌리 빈'과 그의 책사 '피터'에 대해서 가장 크게 다루고 선수 중에서는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한 '스캇 해티버그'를 많이 다룬다. 

*스캇 해티버그로 분한 뜨기 전의 크리스 프랫


하지만 진짜 감동적인 이야기는 투수 '채드 브래드포드'의 이야기다. 

*특이한 투구폼으로 다른 구단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다가 빌리 빈에게 발탁되고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투수 '채드 브래드포드'의 실제 투구 모습(사진은 다른 구단에서 뛸 때인 듯)


그의 나이 7살 때 그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의사들은 그의 아버지가 평생 전신 마비로 살아갈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재활훈련을 통해 의사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많은 회복을 한다. 회복을 하면서 투수가 되고 싶었던 아들을 위해 포수 역할로 아들의 연습상대를 하지만 마비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어깨 위로 팔이 올라가지 않고 이런 아버지의 신체적 한계로 인해 채드는 위의 사진처럼 특이한 포즈로 공을 던지게 된다.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가지진 못했지만 노력만으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메이저리스 투수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마친다. 


C. 그리고 책을 보고 다시 본 영화 '머니볼'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주인공 '빌리 빈'이 끊임없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찰하고 천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란 것에 대해서 이렇게 진지하게 다룬 영화가 별로 없다. 내 생각에 영화 속의 빌리 빈은 그가 하는 일을 좋아하면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그토록 열정을 가지고 하는 '야구'란 일이 어떻게 보면 시시한 '어른들의 공놀이'이고 사실은 경기 티켓과 핫도그, 맥주, TV 중계권을 팔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의 무엇이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영화의 마지막에 빌리 빈은 딸이 녹음한 노래를 차 안에서 듣는다. 딸은 'Lenka'의 'The Show'를 부르는데 마지막 가사를 바꿔 부른다. 


'You're shch a loser dad, just enjoy the show'

(아빤 그냥 바보야, 그냥 쇼를 즐겨^^)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꿔 듣기로 했다. 


게임(인생이기도 하고, 일이기도 하고, 연애이기도 하고, 사업이기도 하다)에서 져도 좋다. 그렇지만 죽을힘으로 최선을 다하고, 그냥 그 순간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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