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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핏 박인후 Sep 09. 2023

객관적 사실 vs 내가 원하는 것

내 마음보다 5년 뒤 우리나라 GDP를 예측하기 쉽다. 

몇 주 전에 다녀온 독일 출장 중에 비행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로 잠을 자고 책을 보고 옆자리 승객과 얘기를 나눴지만(나처럼 '게임스컴'에 가는 말레이시아에서 게임 사업을 하는 사람) 영화도 하나 보았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 대한 영화였다. 

*어딘가 인디 영화스러운, 저예산 영화 스러운 제프 베조스의 영화 '베조스'


그리고 내가 늘 그런 것처럼(영화보고 원작인 책 찾아서 보기^^) '제프 베조스'에 대한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가 있나 보다가 그나마 그의 '전기'에 가장 가까운 책을 하나 샀다. 


*무려 '월터 아이작슨'이 고작 '서문'을 쓴 가장 제프 베조스에 대한 가장 '전기'스러운 책


제프 베조스는 서른 살 즈음에 잘 나가는 컨설팅 회사의 임원급으로 다니고 있다가 '인터넷 관련 시장이 1년에 2300% 성장한다'는 보고서를 보고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다. 그렇게 만든 회사가'아마존'이다.


제프 베조스처럼 어떤 선택을 할 때 '내'가 아니라 외부의 '객관적인 사실' 그리고 '숫자에 근거한 정보'에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사람은 아주 소수다. 보통은 남들이 하는 선택을 하거나 선택을 사실상 하지 않고 나머지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한다. 아주 소수만이 어떤 선택을 할 때 아래 정보를 참고한다. 


-외부의 객관적 사실: 예를 들어 '인터넷과 관련된 어떤 사실'

-그 시장이 성장한다는 사실: 인터넷은 '성장'한다. 

-수치에 대한 정보: 1년에 '2300%' 성장한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면 성공 가능성이 엄청나게 올라것이다. 


나도 어떤 선택을 할 때 '내'가 아닌 나 밖에 있는 '외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와 사실'에 따라서 선택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다(혹은 그런 사람이고 싶다).


반대로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던지' 해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런 선택의 방법을 지양한다. 왜냐면 '나'란 개인은 외부의 객관적인 사실, 현상보다 복잡하고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아주 작은 '내 경험'에 근거할 때 그런 선택은 보통 편협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경험'은 어쩔 수 없이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20대의 대부분의 기간에 나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고 그게 꿈이었다. 그 후 나는 만화랑은 별 관계없는 게임 제작, 게임 관련 마케팅 관련일을 했다. 외국에서 일했고 외국계 Tech 회사를 다녔고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다. 25살의 나는 누가 물으면 내 진정한 꿈은 '만화가'라고 말했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던 꿈이었다. 하지만 끓던 꿈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다른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고 내가 직장인으로 했던 모든 경험,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란 경험을 또 다른 축복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의 생각은 10년 뒤에도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선택을 할 때 제프 베조스가 외부의 정보에 의존해서 선택을 하려고 했던 것처럼 하려고 한다. '그 회사의 팀장은 미친놈이다'같은 주관적인 정보 말고 수치에 대한 정보, 그리고 '해당 도메인, 시장의 성장세'와 '사업구조에 대한 정보'같은것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의 직원들도 그렇고 면접 볼 때 나는 '나의 기호와 취향, 주관'보다는 '외부의 객관적 사실'에 집중하는 사람을 찾는다. 회사라는 이익 집단은 대체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보다 '게임에 대해 옳은 사업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회사의 직원들이어야 한다. 확률적으로 사고해야 된다. 특히 선택이 반복적일때 확률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해야 한다. 옳은 선택이 많아야 인생이, 그리고 사업이 성공한다.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선택은 좀 다르다^^) 


사람 마음은 변덕스럽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지만 전 세계의 인구 증가세나 우리나라의 향후 경기 전망, 스마트폰 OS 점유율 등은 오히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이런 나의 생각조차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산다. 내가 만화가가 꿈일 때는 '웹툰'이란 것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다. 나는 만화가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틀렸다. 내가 만화가의 꿈을 버릴때쯤 본격적으로 웹툰 시장이 열렸다. 


지나고보면 나는 '만화가'란 경험보다 '사업가'란 경험이 현재로서는 맘에 든다. 20대 즈음에 내가 세상에 하고 싶었던 어떤 나의 '자아, 예술적인 어떤 감정과 생각 같은 것'들은 지금보니 시시하다. 내가 지금 하는 사업도 그럴까? 그럴지도 모른다.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반치앞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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