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주절주절
저번주에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쇼 중 하나인 차이나조이를 다녀왔다.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마침 Appier라는 광고 회사에서 10분 정도 짧게 세미나에서 발표 제안이 왔고 늘 그랬든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어서 중국어를 하는 직원과 같이 가기로 하고 일정을 잡았다.
이번 차이나조이에 대한 몇 가지 소회
1. 출장전날에 날밤 까기
예전부터 자주 출장 전 비행기를 타기 전에 잠을 안 잔 적이 많다. 특히 아침 비행기면 공항 가는 버스와 비행기에서 잔다는 생각을 하고 날밤을 깐다. 이번에도 아침 9시 비행기였고 도착하자마자 행사장에서 발표가 있어서 새벽에 발표 자료를 다 만들고 날밤을 깠다. 공항가는 버스에서도 잠을 자고 비행기에 앉자마다 잠이 들었고 착륙할 때 잠이 깼다. 몸을 극한의 피로 상태로 만들어 두고 비행기에서는 기절한 것처럼 잠이 들고 도착해서 바로 일정을 소화하는 걸 비슷하게 몇번 해봤는데 이게 꽤 중독성이 있다. 체력은 이럴 때를 위해서 만들어 두는거 아닌가 싶다.
2. 한순간에 무너진 1 세계인의 현지 음식에 대한 경계, 그리고 짜릿함
발표와 행사가 오후 5시 정도에 끝났고 그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끝나고 호텔에 짐을 풀고 호텔 1층에서 대충 햄버거를 하나 먹고 잠이 들었다. 3시간 정도 자고 깨니 밤 11시 반이었다. 배가 고팠는데 호텔 근처의 모든 식당은 문이 닫아서 편의점으로 향했다. 중국 편의점에서는 먹고 싶은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 나라의 경제 수준은 편의점을 가보면 가늠이 된다. 대한민국이라는 제1 세계에서 갑자기 개발도상국의 편의점에 가니 모든 음식이 찝찝해 보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역시 같은 '제1 세계'인 일본의 라면(중국 현지에서 만들었겠지만) Nissin을 골랐다. 작은 라면을 먹고 있는데 내 바로 앞에 중국 현지인이 먹는 도시락이 너무 맛있게 보였다.
그 순간 느슨하게 내 안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한국음식과 중국 편의점 음식을 각각 가르고 있던 어떤 '저항선'이 무너졌다.
내가 뭐가 대단하고 얼마나 대단한 나라 사람이라고 그저 맛과 조리법이 조금 다른 중국 편의점 음식을 찝찝하게 생각한던 말인가?
그리고 바로 냉장고에서 같은 도시락을 골랐다. 무슨 부위인지 모르는 돼지고기와 감자, 가지로 만든 덮밥이었다. 그리고 이 편의점 음식은 내가 중국에서 먹은 최고의 음식이 되었다. 내 고까운 심리적 저항을 부숴버리는 짜릿한 경험을 준 것이 사실 메인이다.
3. 덥고 습한 상해의 날씨
작년 차이나 조이는 비가 왔었는데 이번에는 맑았다. 날씨는 습했고 몹시 더웠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니까 상해의 여름도 물론 좋았다.
내년에도 차이나조이에 가게 될까? 가게 된다면 1순위로 편의점에서 덮밥은 먹을 것이다. 가격은 우리나라돈으로 2,000원 정도였나. 행복은 중국 편의점에서 2,000원 정도면 살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