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복잡하게, 행동은 단순하게
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는 직원의 90% 이상이 다른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거나 아니면 다녔더라도 몇 개월 미만인 경우인 사람들이다. 마케터와 게임의 사업 부분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뽑았는데 그 뒤로 아트, 프로그래머도 그런 사람들을 뽑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1. 사업하기 전 5년 정도 회사의 리더급으로 있으면서 '무경력자를 뽑아서 트레이닝시키고 실무자로 키운 유효한 경험' 있었다.
2. 유경력자를 뽑는 것에 좀 더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인 선택이었다.
3. 특히 사업을 시작한 2020년경에 IT 경력자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경우 유경력자가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4.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무경력자'에게 회사의 업무 방법론을 빈 종이에서부터 채워 넣는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여러 경로로 채용을 하면서 그 과정 중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A. 우리 회사에 웬만하면 우선 들어오고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B. 면접을 다 통과하고 오퍼와 조건도 다 맞췄지만 어떤 이유인지 망설이다가 안 오는 사람들.
조금 이상하게도 두 가지 경우가 극명하게 갈렸다. 예를 들어서 다른 회사와 비교를 하다가 다른 회사를 선택하거나 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회사와 조건을 세세하게 맞추는 경우도 없었다. 뭐 이건 대부분 신입직원들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는 대부분 MBTI에서 N과 P성향의 사람들이 많다. IT, 게임 등 상상의 영역에서 돈을 버는 회사니까 N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건 당연하다. 그리고 계획과 안정보다는 즉흥적이고 다소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P들이 회사에 많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건 면접자가 내 생각에는 지금 우리 회사를 선택하는 게 최선으로 보이는데 망설이다가 회사에 오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는 경우다. 내가 알기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경우인데도 말이다. 예전에는 이런 순간에 상대를 설득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금방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고 설득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나같이 생각하지 않는 나는 것을 받아 들 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은 대충 300조의 시장이다. VR게임 시장은 현재 3조 정도의 시장이다. 내가 첫회사에 선택한다면 나는 무조건 시장크기가 큰 모바일 게임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은 선택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니.. 더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 평생 무지 속에 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심지어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우리는 사실 모른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정말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안다는 것은 철저한 착각이다. 우리 모두 제한된 경험과 작은 선택지가 있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삶은 평생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선택지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로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선택을 할 때 내가 어차피 모르는 것은 '집어치우고' 아는 것에만 집중한다. 많은 경우 숫자로 나오는 정보다. 그리고 아는 것 중에 되도록 '큰 것', 그러니까 '중요한 것'이 뭔지만 엄청 고민한다. 물론 그래도 모른다. 하하.
저기 해일이 온다. 100M 앞의 1M짜리 해일은 해안에서는 10M가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눈앞의 조개를 줍고 있지 않은가?
나도 모른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