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책 '불안 세대'에서 감동적인 부분
얼마 전 지인에게 들은 얘기 중에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지인은 초등학생 두 자녀가 있는데 가끔 집에서 부부끼리 언성을 높이는 부부싸움 비슷한 걸 하게 되면 자녀들이 '엄마아빠, 불편해요.'라고 한다는 거다. 어린애들이지만 자기들이 불편하니까 부부싸움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는 거다. 부부싸움을 한다고 해도 자기들 안보이게 나가서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1. 첫 번째 신선한 충격은 요즘의 아이들은 저렇게 분명하게 자기 의견을 부모와 어른에게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나와 내 세대는 그러지 못했지만 요즘의 세대는 그런다는 게 순간 부러웠고 시대가 '진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 두 번째 충격은 지인이 다음에 한 말이 있다. 내가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자기 의견을 부모와 어른에게 표현한다는 게 부럽다'라고 하니까 지인은 거기에도 단점이 있다고 했다. 자기 자녀들을 통해서 보면 요즘 아이들은 지나치게 자신들의 편함과 안정을 추구하다 보니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인내력과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부모끼리의 갈등도 옆에서 못 견디는 아이는 집 밖에서 일어나는 다른 여러 갈등에도 쉽게 불편해 하고 약한 아이로 자란다는 것이다.
첫 번째 충격보다 두 번째 충격이 더 컸다. 그리고 거기에는 여러 생각할 거리가 있었다. 인생은 온통 아이러니다. 고난과 역경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지만 결국 그것은 사람을 강하게 한다. 스티브 잡스는 친부모 밑에서 자라지 못하고 의붓 부모 밑에서 자란 상처를 평생 안고 자랐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친아버지의 배신(재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재혼을 하면서 아끼던 여동생까지 데리고 갔다)으로 평생 우울증과 마약 중독에 빠져 지냈다. 그렇지만 그의 상처와 아픔은 예술혼이 되어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반을 남겼다. 일론 머스크는 남아공에서 미국과는 비교도 안되게 험하고 거친 환경에서 왕따를 당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친구들이 계단에서 밀어서 이빨이 부러지고 몇 주간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하드코어 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니체의 말처럼 '인간을 죽일 정도의 고통만 아니면 그 인간은 역경을 통해 강해진다'. 강인함은 평안함과 안정감에서 나오지 않는다. 안전한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곧 지옥이다. 천국은 지루하고 거기에는 성장도 발전도 없다. 인간은 가지고 누리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 ‘행동’에서 행복을 느낀다.행동은 불안과 위기에서 작동한다.
요즘 보고 있는 책 '불안 세대'는 Z세대의 유년기부터 시작된 스마트폰과 전자 기기의 과다 사용에 대한 폐해를 다룬 책이다. 미국과 서구권에서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을 제한하자는 정책과 법안발의를시작하게 만든 책이다. 책에서는 스마트폰과 SNS 얘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인상깊은 주장중 하나는 아이들의 사회적 지능과 자립심, 강한 멘털은 '다소' 위험한 놀이 환경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위 사진의 왼쪽은 80년대의 미국 놀이터다. 지금 기준에서는 말도 안 되게 위험해 보인다. 만일 아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는 정도의 놀이터가 당시에는 표준이었다. 바로 옆은 2000년대 이후의 놀이터고 말랑하고 안전하게 바뀌었다.지극히 안전하게 설계된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게 작가의 주장이다.
책에는 여러 흥미로운 얘기가 많았고 개인적으로 감동적인 내용들도 많았다. 대충 80년대생 정도는(내가 여기에 속한다) 혼자 처음으로 집 밖 수KM 거리 이상으로 나가본 경험이 6~9살 정도라고 한다. 2000년생부터는 혼자 멀리 밖으로 나가보는 경험이 3년 이상 뒤로 밀린다고 한다.
강연장에서 작가가 청중들에게 처음으로 혼자 멀리 밖으로 떠난 '모험'에 대해 물으면 청중들이 각자 즐겁게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강연의 흐름이 깨질 정도라고 한다. 이 부분에서 내 경험이 생각나서 어떤 감동이 느껴졌다.
나는 7살 때인가 혼자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친할머니네로 가서 참기름 한 병인가를 전달하는 심부름을 부모에게 하달받았다. 버스 기사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내릴 곳을 말하고 안전하게 하차하고 친할머니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돌아오는 간단한 모험이었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릴 타이밍을 놓쳐서 버스의 반환점을 돌아 결국 버스를 탔던 곳에서 내렸고 심부름은 실패했다. 출발지가 r곧 종점이라 쉽게 하차했고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했고 심부름은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게 내가 처음 혼자 40KM 정도 밖으로 가본 모험이었다. 버스에 앉아서 창밖을 본게 전부지만 말이다.
혼자 떠나는 모험은 재미와 짜릿함을 넘어 그것이 삶의 본질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업과 크게보면 사회생활, 생산활동도 사실 7살때 했던 혼자 버스를 타는 모험의 확장판이다. 사실 7살때 했던 모험의 목적은 참기름병 배달이 아니었다. 모험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내 사업과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참기름병 배달이 실패해도 좋다. 시기각각 변하는 버스 창밖의 풍경을 보고 충분히 즐기기를, 여행의 끝에서 결국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돌아올 때 따뜻하게 날 맞아줄 가족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