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겨울, 공화국의 존폐를 걱정하며

국가적 스트레스는 누가 보상해 주는가

by Inhoo Park

스트레스는 나쁜 게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 좋다. '적당한'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스트레스'가 일정 부분 건강에 좋다는 게 뭔지 대충 안다. 인간은 알 수 없는 미래를 불안해하면서도 동시에 계속되는 평온함에 지루함과 싫증을 느낀다. 그래서 '적당한' 스트레스가 인간에겐 필요하다.


내가 최근에 몇 년 동안 받는 스트레스 중에 내가 하는 사업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있다. '목표 달성을 못하면 되지? 혹시 사업이 어려워지면 어쩌지? 직원도 늘어났는데 혹시 회사가 어려워져서 직원들 급여를 못줄 상황이 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보통 하는 순간은 침대에 누워 있을 때다. 주로 휴일에 늦게 일어나서 침대에서 뒹굴거릴 때 이런 스트레스가와 잡념이 든다. 이 스트레스는 건강한 스트레스여서 나를 침대에서 박차고 나오게 만들고 옷을 입고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책상 앞에서 일을 하게 만든다.


목표를 맞춰서 행동을 할 때, 인간은 스트레스를 잊는다. 이 간단한 사실을 나는 잘 알고 많은 부분 통제하게 되었다.


그런데 작년 12월 3일, 계엄으로 시작된 스트레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종류의 스트레스였다. 이제까지 나는 많은 정치,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20대 남성들의 우경화 문제도 있었고 빈부격차와 지구 온난화도 있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대통령이 정권을 잡을 때, 심지어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계엄과 내란이 터지고 내가 느낀 스트레스는 이전에 내가 느낀 스트레스와는 차원이 다른 거였다.


이번 내란 사태는 내가 40년 넘게 살던 '민주 공화국'이 더 이상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이 스트레스도 역시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릴 때 나를 엄습해 왔다. '앞으로 남은 40년을 독재 국가에서 살 가능성'이 주는 공포, 온몸이 떨렸고 참혹하고 견딜 수 없을 지경의 스트레스였다. 이제는 어쩌면 독재 국가에서 살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였다. 나는 대통령을 욕할 수 있고 화가 나면 광장에서 사람들과 모여서 '집회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북한같은 나라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e8a192dd7141a40e0c0f283edb7e7b04.jpeg (윤석열의 구속 기소로 이제 마음대로 두부 요리를 만들수 있게 되서 즐거운 에드워드 리)


탄핵안이 가결되고, 윤석열을 체포하고, 그렇게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어제 검찰이 윤석열을 구속 기소했다. 이 뉴스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확인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심지어는 무신론자인 내 입에서 '하나님 어머니 감사합니다' 이런 말까지 나왔다.


앞으로 높은 확률로 6개월 이상 감옥에 갇혀있을 것이고 탄핵 인용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내가 살아온 연도를 생각하면 그 해에 내가 했던 일과 내가 살았던 집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내가 천년을 산 것도 아니고 몇십 년을 그렇게 기억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나에게 2025년의 겨울은 공화국의 존폐를 걱정하던 날들로 기억할 것이다.


맙소사, 공화국의 존폐를 걱정하는 2025년 이라니! 인생은 도대체 예측불가의 연속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5년 설 연휴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