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매싱 펌킨스의 세 번째 내한공연을 놓치고 나서
오늘 친구랑 오랜만에 톡을 하다가 우연히 '스매싱 펌킨스'가 바로 어제 내한 공연을 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단독 콘서트는 아니었고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한 라인업 밴드로 온 것이다.
스매싱 펌킨스는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하던 '얼터너티브 락' 장르의 대표적인 밴드다. 다른 유명한 밴드로는 '너바나'도 있다. 25년 전에 '1979'란 노래를 듣고 '스매싱 펌킨스'를 좋아하게 되었다. 1979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지금도 정말 자주 듣는 노래다. 그 노래와 밴드를 알고 나서 2000년에 '스매싱 펌킨스'가 내한 공연을 왔었고 공연에 갔었다. 마지막 곡으로 1979를 라이브로 들었을 때, 그때가 살면서 가장 신났던 순간 중 하나다.
그동안 25년이 지났다. 슬프게도 어제 내한 공연을 놓쳤다. 그런데 만일 미리 공연을 알았어도 부산까지 갔을까? 마침 수요일에 부산 출장이 있었는데 그 일정이랑 맞춰서 갔을 거 같긴 하다. 세 번째 스매싱 펌킨스의 내한공연을 보고 25년 뒤의 그때 상황과 내가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25년 뒤에 나는 지금의 내가 사는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스매싱 펌킨스가 두 번째 내한공연을 하던 순간 나는 바쁜 시간을 끊어서 영화 '컨택트'를 다시 보고 있었다. 영화는 외계인들의 언어를 공부하다가 그들처럼 미래를 알게 되는 언어학자의 이야기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각자가 삶의 매 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세계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의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어서 선택이 없다. 그저 순간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뿐이다.
나이가 들고 중년이 되고, 물리적인 시간의 상당 부분을 살아보고 느끼는 점은 인생의 많은 부분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노화, 죽음, 만남과 헤어짐, 실패와 성공, 재도전 등등 많은 것들이 한편으로 보면 그냥 다 정해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도대체 인생은 알 수가 없다. 이번에 세 번째 공연에 온 스매싱 펌킨스의 보컬 '빌리 코건'은 7살 딸이 있는데 자기 딸의 꿈은 'K pop SInger'라고 한다. 90년대 최첨단 미국 문명의 총아, 그가 가진 딸의 꿈이 케이팝 싱어라니.. 인생은 나의 미래도 그렇고 정말 알 수가 없다. 미래따위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인생은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