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10년차에 느낀 몇가지 소회
다음날, 살아 있다는 것.
한때 개인적으로 잠깐 친분을 나눴고 지금은 웹툰작가와 드라마 작가로 유명해진 지인이 오래전에 남겼던 블로그의 제목이다. 글 내용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제목이 워낙 강렬해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문구, 혹은 제목이다.
잠은 매일 치루는 작은 죽음과 같고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다시 하루를 살아간다. 나는 꽤나 자주 아침에 눈을 뜨고 오늘의 생을 마주할 때 '살아있음'의 낯섬과 익숙함을 느낀다. 그리고 보틍은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나는 지금은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하고 있고 18년 커리어의 대부분을 게임회사, 주로 게임을 통해 광고 서비스 등을 파는 회사들에서 일했다. 그저께 부산에서 지스타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마침 지스타를 방문한지 10년차여서 몇가지 소회를 적어본다.
지스타는 2005년에 시작되었다. 부산에서 지스타를 시작한 해는 2011년이고 내 첫 지스타는 2012년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코로나 때문에 사실상 행사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던 20120년을 빼면 매해 지스타를 갔었다. 정확히는 몇일전의 지스타가 내 10번째 인 것 같다.
게임, 정확히는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커리어를 쌓고 사업을 할수 있었던 것을 굉장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스타를 처음 참석한 2012년부터 지금까지 모바일 게임 시장은 최소 10배 이상 성장했다. 커리어든 사업이든 성공하려면 우선 성장하는 산업군에서 일해야 한다.
우연히도 이번 지스타에는 10년전 같은 회사를 다니던 직원분과 일정의 상당 부분을 함께 했다. 이 분이 최근 우리 회사에 조인했고 현재 나와 지금 회사를 어떻게 키울지 열심히 구상하고 있다. 이 분은 7,8년만에 지스타와 게임 업계에 다시 오게 되었는데 내가 여러 사람을 만나고 미팅을 하니까 '10년전에 뵈었던 분들이 그대로 같은 업계에 있으면서 늙은 것 같다'라고 했다. 그렇다. 나도 그들처럼 10년동안 늙었다. 늙음과 맞 바꾼 것은 늘어난 연봉과 커리어, 높아진 직급 정도?
직업도, 사업도, 커리어도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다. 물론 큰 부분이고 우리는 깨어있는 시간의 최소 절반 이상의 시간동안 일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화이트 컬러, 지식 노동자로 살아갈 시간을 그리 오래 주지 않는다. 조금 길긴 하지만 사업도 마찬가지다. 10년 뒤, 나는 지스타에 가게 될까? 10년 뒤에 지스타가 있을까? 10년뒤 나는 이번에 만난 얼굴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