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과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
드뇌 즐뢰브 감독의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은 천재 SF작가 '테드창'의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원제로 한다. 이 위대한 단편소설에서는 여러가지 주제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미래를 알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과연 삶에서 주체적인 선택권과 능동성이 있을까?'다.
만일 어떤 개인이 미래를 알수 있다면 그 개인은 자신의 미래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미래를 바꿀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예정된 결과는 변할 수 있고 결국 미래는 알수 없게 된다. 영화 컨택트에서 온 외계인들은 미래를 안다. 아니, 그들에게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바꿀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에는 현재에 대한'수행문'만 있고 '미래형'이 없다. 이 외계인들의 삶에는 어떤 선택권에 대한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다.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기 떄문에 컨택트에 나오는 외계인들을 그냥 삶과 미래를 받아들이다. 능동적인 주체로서 삶의 선택권이 없다. 영화의 '인간' 주인공은 '미래형'이 없는 외계인들의 언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정해진 미래로 알게 되지만 자신의 이익이나 예전된 피해를 회피하기 위한 특별한 선택이나 능동성을 보이지 않고 그냥 정해진 미래를 받아 들인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은 어떤 이유인지 25년전쯤의 과거로 돌아가 재벌집 막내아들의 영혼, 정신에 탑제혹은 이식된다. 주인공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있을 미래의 굵직한 사건들, 예를 들어 'IMF, 2002한일 월드컵, 대통령 선거, 반도체 등으로 수출강국이 된 한국 경제상황'등을 미리 알기 떄문에 성공이 보장된 선택을 한다. 그리고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자신의 핸디캡(?)을 딛고 부를 축적하고 대한민국 최대 재벌 기업의 지배권을 가지게 된다(아직 드라마는 완결이 되진 않았는데 대충 이런 이야기다)
드라마는 '나만 미래를 알고 있다'는 짜릿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타임 슬립물이 그런것처럼 이 세계관은 논리적으로 엉터리다. 미래가 정해져있는 세계와 개인에게 능동적 선택권이 있는 세계는 양립할 수 없다. 내가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위기를 극복하거나 부를 이루거나 성공을 하는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다. 이 드라마에서는 그 특별한 능력이 '미래를 아는 것'이고 여기에 사람들은 감정이입을 하고 대리만족을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성공한 사람들은 뭔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착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어떤 거시적인 예측과 전망으로 성공의 결과를 이뤄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예측도 어느정도 있었겠지만 절반 정도도 안된다고 본다.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은 전망과 예측을 근거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충동에 의해서 불확실성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우연의 결과가 오히려 세상의 작동방식에 가깝다.
역사를 대충보면 인류 문명의 진보나, 기술혁명,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 같은 것들이 필연과 당위를 가지고 일어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역사를 뜯어보면 역사는 온갖 우연과 의도치 않은 결과, 불확실성이 어떤 당위도 없이 전개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티브 잡스를 대충 안다면 그는 탁월하고 혜안이 있는 위대한 CEO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700페이지 정도 되는 자서전을 보면 그의 성공과 그의 성공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미래는 그의 의도보다는 오히려 우연과 사고에 의해서 만들어진 괴상한 결과에 가깝게 느껴진다.
과거는 바꿀수 없고 미래는 통제할 수 없다. 그냥 지금 할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