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직장의 조직문화를 만든 배경들
예전부터 한국의 직장문화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 그것과 관련된 이론이나 주장이 있으면 알고 싶었고 관련된 책이나 인터넷 자료가 있으면 되도록 보려고 했다.
따져보면 모든 나라의 직장내 조직문화에는 특수성이 있겠지만 나는 특히 우리나라의 직장내 조직문화가 이상하고 특이하고 또 재밌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나라가 내 나라니까 그렇겠고 또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외국이나 외국계 회사에서 했던 내 개인적 배경과도 물론 연관이 있다.
내가 한국직장의 조직문화에 대해서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어떤 두 가지의 충돌에 대한 부분이다. 하나는 몇가지 특수한 한국의 상황이 만든 이제까지, 혹은 지금 한국 직장의 조직문화다. 다른 하나는 이미 일어났고 앞으로도 가속화될 외부의 변화들인데 글로벌화, 디지털화, 자동화 등이다. 나는 이 충돌에서 여러 사건이나 현상들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새로 조직에 편입된 젊은이들이 조직의 문화를 버티지 못하는 튕겨 나가는 현상 등이다.
우리나라의 직장내 조직문화를 얘기하려면 우선 아래의 몇 가지 배경을 먼저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1. 세계최고의 압축성장 국가
전세계의 선진국들중 우리나라는 가장 빠른 시간안에 경제 발전을 이뤘다(어쨋든 결과적으로 그렇다). 장하준 같은 경제학자가 모국인 우리나라의 사례를 들어 책을 내고 발전경제학을 이야기 하는 것은 우연히 아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라면 예를들어 빠른 핵심 산업의 교체, 세대간 격차 문제 등이 있다. 자본주의뿐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제도도 우리나라는 독립과 함께 갑자기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뒤 몇 십년동안 아주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을 아주 빠른 속도로 이뤘다.
2. 징병제, 30년이 넘는 군사독재.
우리나라는 남자들이 20대 초반에 강제 징병을 당하는 나라다. 아주 긴 세대를 거쳐 그리고 현재까지 20대 초반에 대부분의 남성들은 군대라는곳의 조직생활을 거친다. 그리고 이 조직 생활의 경험은 이후의 직장이라는 조직문화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지금은 먼 옛날 같은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해방후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군사독재를 거쳤다. 국가라는 가장 큰 조직의 문화가 기본적으로 군대문화였고 군대문화는 국가를 넘어서 회사라는 곳에도 이식이 되었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온 남성들은 회사라는 또 다른 군대인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예를 들어 같은 독재 국가고 징병제 국가인 싱가포르도 알고보면 우리와 비슷한 독재 국가 였지만 걔네들 독재는 군부독재가 아니었고 여기서 오는 차이는 절대 작은것이 아니다.
3. 대기업, 핵심 산업, 수출주도성장
위에 두 요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서 한국의 압축성장은 군사정권이 소수의 산업에 소수의 대기업을 키워주면서 이루어 졌다. 생각나는대로 써보면 건설,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핸드폰.. 이 정도? 그리고 그 군사정부가 키워준 대기업들 중 몇은 세계적 대기업이 되었고 몇몇 분야에서 엄청난 수출주도 기업이 되었다.
4. 나일리지, 연공서열, 유교
이상하게도 본토 중국에서도 폐기처분해버린 유교문화를 우리는 우리식으로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왔다. IMF와 동시에 평생직장, 연공서열 제도 같은 것들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회사에서는 나이는 직급과 높은 상관 관계를 가지고 여기에 '연장자 우대'라는 문화가 같이 들어오면서 독특한 조직문화를 만든다. 이에 더해 우리는 언어 자체에 '존댓말'이라는 별도의 기능이 있어서 이것 역시 더 독특한 조직문화를 만든다. 언어는 의식을 규정하고 존댓말이란 큰 프레임을 어떻게 씌우느냐의 문제는 당연히 조직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5. 여성의 낮은 사회 참여와 지위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국가별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한국 직장 조직에서 여성의 지위와 사회 참여가 낮다는데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많은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있는데 위에서 말한 유교문화, 군대문화 등이 역시 연관된다. 물론 여성의 참여와 지위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지만 현재는 그 과정에 있고 과거와 현재에 대해 많은 얘기거리가 있다.
6. 낮은 문맹률, 높은 고등교육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문맹률을 기록하는 나라중 하나고 더불어 대학교육을 경험한 사람의 인구당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압축 성장 경험동안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부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을 모두가 알았고 그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이제는 모두가ㅏ 그 부작용과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7. IMF, 2008년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
위에 모든 배경과 함께 어쨋든 승승장구 해오던 우리 경제는 쉽게 설명하기 힘든 이유로 97년 외환위기를 맞이했다. 이 외부 충격의 여파는 엄청난 것이 었고 당연하게도 직장 조직의 문화, 직장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 등 모든 것을 바꾸었다. 10년뒤 찾아온 충격은 IMF보다는 그 여파가 작았지만 역시 동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현재의 변화들
위에 열거한 현재까의 내적, 외적 조건들과 사건들은 과거에 치중되어 있고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20대들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 이야기 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의 한국 조직문화를 얘기하려면 꼭 해야하는 이야기 들이다.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더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그보다 나이는 많지만 앞으로의 직장생활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아래의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글에서는 아래의 것들에 대해서 얘기 해 보려고 한다.
-가속화되는 글로벌화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세계
-데이터라는 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