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의 인생에는 5200만 번의 기회가 온다

브런치북 프롤로그: 매 지나가는 1분이 모두 너의 인생을 바꿀 기회

by 액션핏 박인후

'인후 씨, 혹시 외국에서 일할 생각 있어요?'


2006년 여름, 서울 봉천동의 회사 사무실, 오후 시간이었던 것 같다. 회사 메신저 용으로 쓰고 있던 PC네이트온에서 팀장님의 메시지가 왔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모바일 콘텐츠, 게임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회사를 다닌 지 2년이 지났고 이제 3년 차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직급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냥 사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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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passing minutes is another chance to turn it all around.


1분마다 인생을 바꿀 기회가 온다.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오고 카메론 크로우가 감독한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 여자 주인공으로 나왔던 '페날로페 크루즈'가 한 대사다. 맞는 말이고 멋진 대사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이 문구를 나중에 타투로 할 문구 4번째 정도에 넣기로 했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3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그럴 리 없다. 인생이 얼마나 버라이어티 하고 다이내믹하고 혼돈의 카오스인데 고작 3번밖에 안 온다는 말인가? 인생은 매 순간이 기회다. 다만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바쁘고 게으르고 또 멍청해서 그 기회를 매 순간 놓치고 흘려보낼 뿐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1분의 시간, 당신에게도 한번의 기회가 왔다.


인생의 1분마다 기회가 온다면 한 시간에 60분, 하루 24시간, 대충 100년 정도 산다고 보면 인생의 총 기간 동안 5200만 번의 기회가 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팀장님이 나한테 보낸 카톡은 그 5200만 번 매 1분의 한순간이었다. 그렇게 5200번의 기회중 하나가 나한테 왔다.


당시 나는 한국 나이로 26살이었고 뒤늦게 시작한 인생의 첫 연애의 5개월 차 정도였었다. 남자에게 첫 연애가 대부분 그렇듯 불덩이 같았고 열병 같았다. 당시 그 연애는 내가 주도권이 없고 상대방에게 주도권이 있던 연애였다. 당시 여자친구가 당분간 보지 말고 소강기를 가지자고 해서 몇주째 여자친구를 못보던 상태였다. 나는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서 끙끙 앓으면서 나름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팀장님의 메신저를 보고 나는 직관적으로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압도되었다. 당시 나는 외국에는 한 번도 나가지 못했었고 영어도 당연히 못했었지만 이건 분명 좋은 기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싶던 여자 친구 생각은 금방 치워 버리고 바로 팀장님의 메신저에 답을 했다.


'물론 좋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떤 나라인가요?


답변이 오기 전에 내가 들어본 수많은 나라들이 떠올랐다. 미국? 일본? 소말리아? 북한? 어느 나라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직 다 정해진건 아닌데.. 우선 나라는 싱가포르예요'


싱가포르는 많이 들어봤지만 어디 있는지는 몰랐다. 동남아인가? 서남아시아인가? 당시 2006년에는 구글맵이 이나 인터넷 검색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되어있지 않아서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않았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자주 들리던 잠실의 대형 서점에서 마침 지구본을 발견했다. 지구본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싱가포르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싱가포르가 도대체 지구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람, 척척박사 사촌동생에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사촌동생은 '어떻게 그런 걸 모를 수 있냐'며 낄낄 웃으며 나에게 전화기 너머로 설명을 해줬다.


'우리나라 지도에서 왼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인도차이나 반도가 있을 거야. 그리고 한번 더 내려가면 말레이 반도가 있어. 말레이 반도 맨 아래 끝에 적도 바로 위, 작은 섬나라가 있을 거야. 거기가 싱가포르야.'


찾았다. 정말 지도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나라였다. 마음에 들었던 건 싱가포르란 나라가 지구의 상하 정 중앙을 가르는 적도에 거의 붙어 있단 거였다. 어렸을 때 모험과 항해에 대한 책을 특히 좋아해서 적도란 단어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


싱가포르란 나라가 무슨 나라고 어떤 인종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지만 북위 38도 위에서 적도까지 내려가본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적어도' 적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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