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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를 떠나며

지금 누리고 싶은 것은 미래를 기약하지 말고 지금 당장 누리자

by 액션핏 박인후

얼마 전에 8년간 살던 홍대를 떠나 강남으로 이사했다. 좀 더 정확히는 마포구를 떠나 강남구로 왔고 서교동을 떠나 논현동으로 왔다. 대략 20년 전, 19살 정도에 나는 당시 막 태동하던 인디음악을 즐겨 들었고 자연스럽게 그 메카인 홍대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당시 살던 집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리던 홍대로 가서 곧 시작될 라이브 공연을 하는 클럽 앞에서 줄을 서면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이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꿈을 이루었다. 2010년이 지나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연남동에서 4년, 그리고 최근 몇 년간 30대가 가장 많이 이사를 간다는 서교동에서 4년, 그렇게 8년을 살았다.


재미있는 건 8년 동안 홍대에서 살면서 나를 홍대로 이끌었던 핵심 동인이었던 라이브클럽에는 거의 가지 않았다는 거다. 이유를 따져보면 이렇다. 우선 나는 30대가 되어서 음악을 옛날만큼 그렇게 많이 즐기게 되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도 라이브클럽에서 몇 시간 동안 서서 몸을 흐느적거리기엔 약해졌다. 그리고 외적으로는 홍대의 라이브클럽 문화는 자취를 감추었고 내가 20대 때 좋아했던 밴드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라이브 공연을 많이 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시간을 일직선상으로 흐르고 우리는 현재를 가정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현재의 가치는 미래에는 상황이 바뀌면서 그 가치가 변한다. 20살에 홍대에 살고 싶은 마음은 30살에 이루었지만 20살에 홍대에서 하고 싶었던 것을 이제 더 이상 하기 힘들다. 아니면 그 꿈을 이룬 자체로 30살의 나는 홍대에 살지 못한 20살에 보상한다고 보면 될까?


It's a metaphor


I know it's a metap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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