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오만과 편견

by 은조


(영화의 질감과 많이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결혼에 있어서 아주 오만했다.




남편과 연애 7년 차, 나는 그와 결혼이 하고 싶었다. 사실 나는 그와 연애한 지 2년 차에 알아차렸다. 이 사람이 내 남편이겠구나.


나는 엄마, 아빠보다 더 좋은 가족을 갖고 싶었다.


서로를 지지하고 실패한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가족이 될 거라고 믿었다.


조심이 지나치고 느린 너를 사랑하고, 급하고 불안한 나를 사랑하니 우리는 최고의 가족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에게 연애편지를 쓸 때, 언제나 나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를 응원하고, 그의 단점은 수용했고, 나는 낮췄다.


물론 까만 밤 혼자 앉아 귀를 막는 음악을 틀어놓고 연애편지를 쓸 때만.


밝은 낮 손을 잡고 가다가도 문득 불편한 생각이 들면, 입을 닫고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고, 그럼에도 알아차리지 못하면 속사포처럼 그를 비난했다.


그러나 나의 연애편지 속 우리처럼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나의 오만은 끝을 몰라 우리는 진짜 사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늙어서 작은 차를 타고 비좁은 데서 잠을 청하며 여행하는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으며, 둘이 함께라면 어둡고 좁은 골목 끝 작은 집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삶의 모든 어려운 조건은 우리 속에서 희석될 거라고 믿었다.


나는 그의 편이고, 그는 나의 편이라는 끝없는 믿음으로 결혼에 대한 나의 열망은 시작됐다.





결혼식을 일주일 남기고 독한 몸살에 걸렸다.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며칠 사이 결혼 다이어트가 완성됐다.


부모의 욕심으로, ‘잘 넘겼다’ 이상일 수 없었던 나의 결혼 에피소드는 나를 병들게 했다.


일 년 동안 우리는 미친 듯이 싸웠다.


나는 전시체제에 돌입했다. 어디 한번 건드려봐라.


화가 나면 입을 내밀고 나를 알아주길 요구할 만큼 나를 안다고 믿었던 그는 나를 전혀 몰랐고, 그만큼 나도 그를 몰랐다.


나는 화가 나면 입을 닫았다. 그가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나아지길 바라는 것조차 사치였다.


매일 깊은 잠을 잤고, 눈을 뜨는 게 불안했다.




나는 내가 아니라 나의 문화였고, 남편은 남편이 아니라 남편의 문화였다.


나의 가족문화도 남편의 가족문화도 우리의 미성숙한 태도만큼이나 미성숙했고, 우린 서로의 가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치열하게 싸웠고, 우리는 어른들의 문화에 섞일 수 없다고, 우리끼리 도망치자고 그렇게 수없이 말했다.


그러면 너와 나는 다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손톱만큼의 용기도 깎아 내버려질 크기만큼의 의지도 없었던 우리는 결국 제자리로 끌어당겨졌고, 다시 싸웠다.




그때는 그랬다.


주위를 둘러봐도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그 하나인데,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빛을 받아 오묘하게 반짝이는 풍선 같았던 이십 대였다.


아름다웠지만, 떠있었다.


나의 발을 바닥에 닿게 해 줄, 나의 불안한 공기를 조금 무겁게 달래 준 그였다.


우리는 원래부터 물과 기름만큼이나 공기와 흙만큼이나 다른 사람이었다.


내가 그걸 잊고 살았던 건, 그가 나였고 내가 그였기 때문일 거다.


우리의 다름을 확인한 첫 해, 우리는 세상의 많은 부분들을 확인해야 했다.




가난이 불편한 것도 그 해에 알았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욕구는 좋은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이기적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욕구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도,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유리할 때가 많다는 것도 그 해에 알았다.(시가의 가족들)


내가 상상한 아름다운 그림 중 대부분은 그림이어서 아름답다는 것도,


평생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뤘을 때 더 힘들어지는 일도 많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나의 가족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판타지, 그 오만함을 절절히 느꼈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러나,




그 이담해, 그리고 다음 해, 시간이 쌓이면서


내가 양보한 만큼 그도 양보하고 있으며, 내가 깨달은 만큼 그도 깨닫고 있다는 걸 알게 될 때가 오길 바란다.


그래서 낡고 작은 차를 타고 여행하며 서로의 늙은 손을 쓰다듬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우리의 종착역은 그곳이길 오만하게 다시 꿈꾼다.




다시 언젠가 낭만을 꿈꾸게 되는 날, 다시 자신만만하게 오만 해지는 풍선 같은 삶을 살 게 되길


소망한다.






2020. 7. 28. 이런 날은 가만히 숨만 쉬어도 행복할 것 같지만, 유연하고 쫀쫀한 관계 속에서 나는 넘어졌다 일어섰다 하며 오만가지 감정을 겪는다. 다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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