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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an 05. 2021

한글을 가르쳐주마!

오빠에게 물어봐


준후는 여덟 살이 될 때까지 한글을 몰랐다.

학교에 가서도 가장 힘든 게 쓰고 읽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홉 살이 되니, 일곱 살이 된 동생에게 당당하게 글씨를 알려준다.

지나가는 글자를 읽고 먼저 말을 건다.

한글에 숨은 한자의 의미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다 때가 있다는 말이 맞나 보다.


요즘 숫자와 한글의 생김이 관심이 많은 온후다.

일곱 살이 되었고, 친구들 중에는 제법 읽고 쓰는 아이들도 있다.

하나도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던 딸내미가 오빠에게 가족 이름을 쓰는 방법을 물어본다.


참 신기하다.

아이 읽고 쓰는 건 걱정해본 적이 없고, 먼저 가르쳐 주려고 생각한 적 없는 우리 집에도 여느 집처럼 때는 온다.

여덟 살이 되어 겨우 읽고 힘들게 한글을 뗀 첫째가 둘째에게 전해준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가족의 이름이 얼마나 예쁜지.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누워 예쁜 이야기를 나눴다.


준후: 엄마, 한자로 영은 무슨 뜻이야?

엄마: 영이라는 소리가 나는 한자는 무척 많아. 환하게 밝다는 뜻도 있고,

준후: 그럼 수영은 물속이 밝아지는 거야?

엄마: 수영의 영은 헤엄치다는 뜻인데?!

준후: 그럼 사형은 죽음으로 헤엄쳐 간다는 뜻이야?

엄마: 그건 ‘영’이 아니라 ‘형’이야. 벌을 주는 건데 엄~~~~~~청 큰 잘못을 한 사람을 죽임으로써 벌주는 거야. 요즘에는 잘 없어.


열심히 배우는 온후, 열심히 지켜보는 준후, 너의 발은 왜 식탁 위에 있는거냐 안나후.



한자와 한글의 신비한 꼬리물기 대화를 하고 있는데 침실 문이 벌컥 열린다.


아빠: 야! 이거 쓴 사람 누구야?


당황스러울 만큼 큰 소리.


아빠: 왜 아빠 이름만 없어?????!!!!!


준후가 아빠 이름만 빼먹었나 보다. 큭큭큭. 오늘도 웃으며 잠든다.


진짜 아빠 이름이 없네. 준후가 썼대요. 증거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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