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에게 물어봐
준후는 여덟 살이 될 때까지 한글을 몰랐다.
학교에 가서도 가장 힘든 게 쓰고 읽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홉 살이 되니, 일곱 살이 된 동생에게 당당하게 글씨를 알려준다.
지나가는 글자를 읽고 먼저 말을 건다.
한글에 숨은 한자의 의미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다 때가 있다는 말이 맞나 보다.
요즘 숫자와 한글의 생김이 관심이 많은 온후다.
일곱 살이 되었고, 친구들 중에는 제법 읽고 쓰는 아이들도 있다.
하나도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던 딸내미가 오빠에게 가족 이름을 쓰는 방법을 물어본다.
참 신기하다.
아이 읽고 쓰는 건 걱정해본 적이 없고, 먼저 가르쳐 주려고 생각한 적 없는 우리 집에도 여느 집처럼 때는 온다.
여덟 살이 되어 겨우 읽고 힘들게 한글을 뗀 첫째가 둘째에게 전해준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가족의 이름이 얼마나 예쁜지.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누워 예쁜 이야기를 나눴다.
준후: 엄마, 한자로 영은 무슨 뜻이야?
엄마: 영이라는 소리가 나는 한자는 무척 많아. 환하게 밝다는 뜻도 있고,
준후: 그럼 수영은 물속이 밝아지는 거야?
엄마: 수영의 영은 헤엄치다는 뜻인데?!
준후: 그럼 사형은 죽음으로 헤엄쳐 간다는 뜻이야?
엄마: 그건 ‘영’이 아니라 ‘형’이야. 벌을 주는 건데 엄~~~~~~청 큰 잘못을 한 사람을 죽임으로써 벌주는 거야. 요즘에는 잘 없어.
한자와 한글의 신비한 꼬리물기 대화를 하고 있는데 침실 문이 벌컥 열린다.
아빠: 야! 이거 쓴 사람 누구야?
당황스러울 만큼 큰 소리.
아빠: 왜 아빠 이름만 없어?????!!!!!
준후가 아빠 이름만 빼먹었나 보다. 큭큭큭. 오늘도 웃으며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