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졌음
아이 셋을 키우면서 목소리가 커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수없이 이 말을 들어서 아이들의 감정은 모르쇠로 하고, 화가 나면 화가 난대로 조바심이 나면 조바심이 난 대로 화를 내고 아이들을 재촉했다.
그런데 준후가 갑자기 나처럼 화가 나는 대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동생들과 나에게.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이 말 역시 수도 없이 들어서 순간 ‘얼음’이 되었다.
‘나 때문에 준후가 화를 참지 못하는 아이로 자랄 수도 있겠구나.’
그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준후야. 엄마랑 내기 하자. 먼저 화내는 사람이 소원 들어주기!”
평소에도 소원이 오만 가지쯤 되는 준후가 냉큼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아! 엄마는 소리 지르면 나한테 장난감 한 개 사주기. 엄마 소원은 뭔데?”
“엄마가 일하느라 방에 들어가 있을 때 동생들 돌봐주기.”
“엄마, 그건 내가 평소에도 잘하는 거잖아. 무지 쉽지.”
나는 무사히 이틀을 참았다. 이틀 뒤 아침부터 입이 잔뜩 나온 준후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화 좀 내주면 안 돼?”
나를 따라다니며 조른다
“엄마 소리 좀 질러주면 안 돼? 나 정말 미리내 사아한다니까. 진짜 예쁘다니까.”
그러다 밤에 퇴근해 온 아빠에게 말한다.
“우리 엄마는 정말 화를 안내.”
심지어 기분 좋은 미소까지 보여주면서.
이거 효과 대박이다.
덕분에 몇 년 동안 꾸준히 화내 온 게 말소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