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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Feb 05. 2021

공동육아 공동육아 공동육아

교육이사로 잘 살았네

교육소위 회의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다. 차를 터전 앞에다 주차해놓고 집에 다녀오면서 차키를 놓고 왔다. 아주 오랜만에 지하철을 탄다. 힘들다기보다는 상쾌하다. 우연이 만들어준 기회는 언제나 즐겁다. 혼자 터전에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집에 오가는 길에는 지하철을 타야지 생각만 했다.


오늘은 모글리가 교육이사를 맡은 첫날이다. 긴장감으로 회의를 준비했을 그. 사적인 자료를 왜 회사에서 출력하냐는 건전한 지적을 받았단다.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회사 두 개를 운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전업 엄마인 나에게 교육이사 역할이 내 자존감의 지팡이였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아주 작은 공동체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있다는 쾌감이 무척 행복했다. 평소에는 조심하느라 물어보는 것조차 어려웠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주 멋지고 강한 삶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공동육아는 아주 어렵게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어린이집 부모 전체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일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저렇게 더하기 빼기로 가능성들과 기회비용을 계산해봐도 여러모로 이익이다. 그중 한 가지가 일할 기회를 빼앗긴 건강한 젊은 부모들이 새로운 세상의 기회들을 찾는 곳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소위는 아이 및 부모의 건전한 교육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분과다. 이 분과는 매달 교사회에게 전달의 교육내용과 다음 달 예정된 교육 및 교사회 활동 등에 대해 보고 받고, 질문할 수 있다. 그리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공동체를 공동체답게 운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비전을 교육 및 워크숍 측면에서 제시할 수 있다.


글로만 쓰고 말로만 들어도 멋진 이 일을 한 해 동안 실천했다. 괜히 버전 2가 기대가 된다. 어제 친구에게 분명 "작년처럼 살 수는 없잖아."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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