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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Oct 11. 2021

가자! 뉴트로! "과시적 검약" 월드로-

우리가 속을 줄 알았냐- 대량 생산아!

가끔 초등학생 시절을 회상할 때가 있다. 나는 서울시 서대문구와 은평구가 연결되는 백련산이라는 산속에 살았다. 산속에는 백련사라는 절이 있었고, 그 절 바로 아래 우리 집이 있었다. 높이는 얼마 안 되지만 집에 올라오는 언덕은 엄청나게 가팔랐다. 학교에 가려면 언덕을 넘어가거나, 언덕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학교도 산 중턱에 있어서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가나 가파른 오르막을 넘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었다.


한 달에 한번 학교에서 폐품을 모았을 때를 기억할까. 신문지뿐만 아니라 다 푼 문제집이나 공책 같은 것도 가져가곤 했던 것 같다. 공병도 모았었나. 생각이 흐릿하다. 그때만 해도 신문을 받아보는 집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고, 우리 아빠는 조선과 중앙을 수십 년을 받아봤다. 지금도 볼일 메이트로 신문을 선호한다.


엄마는 신문을 예쁘게도 쌓아서 꼼꼼하게도 묶어줬는다. 신문이 예쁘게 묶였든 헐겁게 묶였든, 신문을 가져가는 날은 정말 고통 그 자체였다. 얼마나 무거운지. 그 신문을 모아다가 다시 신문지로 만들거나 휴지로 만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정말 신문지는 휴지가 되었을까? 지금 같으면 휴지로 사용되는 펄프가 신문지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것 같은데.


1990년대까지 이어지던 폐지 줍던 날 장면을 찾을 수가 없네: 서칭 기술 업그레이드 시급, 사진=픽사 베이


2교시가 끝나면 우유 급식도 했었다. 모두 다 하얀 우유를 먹어야 하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모두 먹어야 했다. 우유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우유팩은 특별한 모양으로 접어져 우유 급식당번이 다시 창고로 가져다 놓았다. – 우리 학교 우유급식 창고 근처에는 땔감 모아놓는 곳도 있었는데, 가면 아저씨들이 도끼로 나무를 쪼개는 장면도 많이 보고 그랬었는데


그 많던 종이팩은 어디로 갔을까? 잘 재활용되었을까? 요즘 학교들도 우유급식을 하나? 지금은 어떻게 재활용을 하나? 궁금한 것 투성이다.



우유급식/ 사진=시장경제



버려지는 것들도 한번 더 들여다봤다. 맥주병은 고이모아 주말이면, 슈퍼에 갖다줬다. 받은 동전은 모두 우리 입속으로 들어갔다. 동생과 함께먹던 휘파람 사탕 맛이 생각난다. 약간 씁쓸함이 느껴지는 감칠맛있는 단 맛 있었는데. 플라스틱 포장은 귀한 물건에만 했고, 물건을 담아온 비닐은 깨끗이 정리되어 딱지 모양으로 접힌 채 서랍에 들어갔다. 쇼핑하고 나면 종이가방은 수집대상이었고, 준비물을 챙겨갈 때 무척 유용하게 쓰였다.


일회용품을 대하는 모습은 천지개벽과 같이 변했다. 대부분 2000년대 이후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한다. (고기를 이렇게 많이 먹게 된 것도.) "플라스틱의 모든 것"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석유 등 천연자원을 채굴하면서 얻어진 풍요에 대해서, 풍요로 인해 눈멀어버린 자본주의의 횡포에 대해서 잘 보여준다.


https://youtu.be/0VaE7QlvX04 




일회용품은 편의를 안겨준다. 편의를 위한 일회용품은 모두 석유 등 천연자원의 채굴에서 나온다. 천연자원은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채굴로 인한 편의는 영원하지 않다. 우리는 불편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그걸 '과시적 검약'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소스타인 베블런이라는 사회학자가 1899년에 나온 <유한계급론>이라는 책에 보면, '과시적 소비'라는 말이 나오는데, 소비는 언제나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전제를 깨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소비도 있다는 것을 밝힌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우리는 "과시적 검약" 삶의 스타일로 삼아도 좋을  같다. 합리성만을 위한 검약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철학을 자랑하기 위한 과시로서 "과시적 검약"을 해보자.


빈티지와 당근 마켓, 레트로와 키치가 유행한다. 손가락이 끊어질  불편했던 폐품 수거하는 날의 기억.  노동의 레트로함을 추억해본다. 가자! 뉴트로적 취향의 "과시적 검약" 세계로.





글을 다 쓰고 나니, 드는 생각.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지금이 참 좋다. 빈티지도. 환경에 대한 솔직한 토론들도 너무 좋다. 여기는 앞의 사건이 있으므로 가능한 현재다. 우리는 그 다음 페이지 앞에 선 것이다. 지금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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