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의 주민들이 분리배출을 했는데??????
종이팩은 신기한 순환자원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관한 자료를 보면, 혼자 유난히 튄다. 일단 재활용 의무율이 유난히 낮다. 그와 상관관계로 재활용 비율도 몹시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국민 90%는 종이팩을 재활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정 내 종이팩 쓰레기가 생기면, ‘재활용’으로 분류해 버린다는 의미이다. 90%를 기억하자. 나 역시 종이팩은 자르고 씻고 말리는 전 과정을 마스터해서 분리배출 해왔다. 작은 두유 껍질들이 잔뜩 쌓였을 때의 고통을 이겨가면서!
그러나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점점 떨어져 작년에는 약 19%에 머물렀다. 19%!!!!
종이팩을 종이와 섞어서 버리면 종이팩은 가연성 쓰레기로 구분돼 두둥실 쓰레기처리장으로 간다. 종이팩은 종이팩만 구분해서 버려야 한다.
종이팩은 분리수거함에 버리면 재활용되지 않는다. 두둥!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다. 종이팩을 분리수거해도 재활용되지 않는다니.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종이팩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답은 좀 고구마 백개 먹고 급체한 듯 답답하기만 하다.
종이팩 쓰레기는 주민센터에 갖다 줘야한다. 심지어 각 주민센터마다 종이팩 재활용 정책이 다르다. 어느 지역은 휴지로 바꿔주기도 하지만, 어느 지역은 종이팩 재활용 정책이 전무하다. 그럴 땐,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협약을 맺은 생활협동조합(한살림, 두레생협, 아이쿱)에서 배출할 수 있다. 가까운 곳에 제로웨이스트샵이 있다면, 종이팩이나 멸균팩을 수거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제로웨이스트샵들이 연합해서 “멸종위기”라는 멸균팩과 종이팩 수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을마다 생활협동조합/ 제로웨이스트샵이 흔하게 있었던가?
아래는 제로웨이스트샵들이 모여 멸균팩과 종이팩을 모으는 멸종위기 블로그!!
종이팩이 이렇게 힘들게 버려야 하는 쓰레기라고? 의료폐기물도 아니고, 깨지면 수은이 나온다는 형광등도 아니고, 건전지도 아니고, 종이팩을! 이렇게 어렵게 수거해야 한다고? 절로 나오는 감탄사. 고구마 백만 개
종이팩이 잘 못 버리면 위험해지는 물질도 아니고, 정성스럽게 씻고 잘라 포개서 주민센터까지 가져다줘야 재활용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해도 잘 모이지 않으니, (이렇게 하니까 잘 모이지 않는 것 아닌지...) 1kg 당 재활용 휴지 1 롤, 종량제 봉투를 주는 지자체도 있다. 종이팩 수거가 너무 안되니까 궁여지책으로 만든 제도다. 생협, 제로웨이스트샵들도 종이팩 재활용의 필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인센티브를 마련하여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종이팩 분리배출이 어려운 이유는 정책과 산업이 아직 미성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종이팩은 종이와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종이팩 양면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으로 코팅한다. 두유 등 멸균 음료를 보관하는 종이팩은 은박 등으로 이중 삼중 코팅되어 있다. 종이팩의 재활용을 위해서는 이 코팅을 제거하는 특수처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반드시 종이와 분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동네에서 종이팩 수거함을 발견할 수 없다. 제대로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다. 부산시 일부 지역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 공동주택 재활용 집하장에서 별도의 종이팩 수거함 설치를 권고하지 않는다. 공동주택이 아닌 경우, 모든 재활용 쓰레기가 하나의 집하장 및 선별장으로 가게 되는데, 거의 모든 선별장에서 종이팩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이 종이팩을 잘 버리기는 바늘구멍만큼 좁다. 19%는 아주 운이 좋은 종이팩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종이팩을 주민센터에 보내지 않으면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사실 나도 몰랐다. 종이팩을 주민센터에 보내면 휴지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집 앞에 내놓는다고 재활용이 안되는지는 진짜 몰랐다.
이렇게 선별 수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종이팩을 위주로 매입해가는 업체도 없을뿐더러 종이팩 재활용 펄프를 활용한 산업도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팩을 재활용하고 있는 업체는 부림제지, 주신통상, 삼영제지 정도에 그치며 제품은 재활용 휴지나 키친타월뿐이다.
2015년 한국폐기물순환학회 추계학술대회 논문집에 실린 김혜진 외, [종이팩 분리배출 국민의식 분석을 통한 종이팩 재활용 개선방안]라는 논문을 보면 종이팩 분리수거는 더욱 미스터리 해진다. 이 논문은 설문조사 결과, 종이팩을 분리수거하지 못하는 이유를 1위 '분리수거함의 부재' 2위 '홍보 부족'으로 뽑았다. 이들은 공동주택에서 반복 홍보를 통해서 종이팩 분리배출을 얼마나 향상할 수 있는지 실험했는데, 그 결과가 놀랍다. 무려 전 연령대에서 80%가 종이팩을 분리해서 배출한 것이다.
80%라니. 제대로 된 방법만 알면, 분리수거될 종이팩은 무궁무진하다. 1년에 생산되는 종이팩의 양은 약 7만 톤에 달하고, 이것을 모두 재활용하면 우리나라 국민 1/3이 1년 동안 사용할 휴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20년생 나무 130만 그루 이상을 살릴 수 있는 양이다.
더구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로 인해 종이팩 포장재의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고 하니, 종이팩을 잘 버릴 수 있도록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잠시 참여했던 서울 마포구 성산1동의 화목일 프로젝트는 근거리 카페들의 종이팩을 주민센터에 가져다주는 일을 대행하고, 이렇게 모아진 휴지는 [마포희망나눔]을 통해 필요한 이웃들과 나눈다. 비슷한 활동으로는 포항 [쓰맘쓰맘], 광주 [까페라떼 클럽], 서울 중구 등에서 활동하는 [지구를 살리는 소소한 행동]이 있다. 모두들 함께 종이팩 모을 사람을 찾고 있으니, 한번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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