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늙어버리나 했는데 말이야.
팔베개를 한 남편의 팔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기분 탓인가, 근육에 달라붙어 있는 얇은 피부의 회복이 미세하게 느리다.
“자기야. 우리 팔도 늙나 봐.”
첫째가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단은 성실하게 삼단부터는 불성실하게 육단부터는 부모 눈을 속여 띄엄띄엄
“자기야. 우리 큰 아이가 구구단을 외우는 것을 보니 늙나 봐.”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사소한 다툼에
오랜만의 싸움인가 보다 싶어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는데, 돌아오는 남편의 미소
‘자기야. 우리가 함께 사는 요령을 살짝 익힌 걸 보니 늙나 봐.’
새해가 밝아 나이의 숫자가 새삼스럽다.
갓 낳은 내 아이가 귀를 뜯을까 목을 뜯을까 행여나 뾰족한 걸 삼킬까 허성 했던 나에게 새로운 액세서리를 달아주고 싶다.
귓불의 구멍이 이미 막혀버린 건 아닐까.
새로 뚫게 된다면 콧볼이나 귀의 연골부분은 어떨까.
늙음은 처음이지만, 젊음은 한창이라 젊음의 시간에서 좀 더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