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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an 20. 2022

내 아이

안온후


책가방 구경을 가자.


어린이집을 하루 땡땡이치고 책가방을 사러 가자.


입학하는 아이의 설렘을 모르는 척

매일 책가방 타령을 하는 아이의 고운 목소리를 모르는 척

엄마 그런데 봄이는 벌써 가방을 샀다는데. 얘도. 쟤도. 신발주머니도 있어야 한대.”

버텨봤자 소용없다. 아이는 벌써 나를 기다리는 중.


둘만의 시간이면 으레 그렇듯 보조석에 아이를 앉히고 이 말 저 말을 설탕가루처럼 날리며 느린 운전을 한다.



흘러내린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자

케이 드라마 남주처럼 내 손목을 콱 잡는다.


엄마 착한 고양이는 머리를 쓰다듬으면, 자기 머리를 갖다 댄대.” 이렇게.

솜털 같은 짐승의 온기에 닿듯, 마음이 살랑하고 일었다 쿵하고 떨어진다.


엄마 엘사는 여왕이 됐는데, 안나도 여왕이 됐어, 나는 안나가 좋아. 안나는 엘사가 도망갔을 때도 위험할 때도 항상 앞장서서 도와주잖아.”

 

조잘조잘 풀려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보글보글 휘발유를 태우며 앞으로 천천히 나간다.



가만 듣다 말을 곁들인다.

“여왕이 아니고 왕이야”

여성을 지시하는 접두어가 필요했던 시절과 달라졌어. 딸아.



마침, 오늘 아이와 함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봤다.

응원해.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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