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았다. 엄마가 맞았다. 평생 나를 사랑으로 품어줬던 우리 엄마가 맞았다. 엄마는 뭐라 불리는 지도 모르는 어떠한 것에 덮여계셨다. 염을 진행하는 분께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엄마를 마지막으로 만질 수 있도록 해주셨다. 가족들은 엄마의 신체 일부를 한 번씩 닦아주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엄마의 팔을 보고, 만지고 하는데 이상한 감정이 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요동쳤다. 솔직히 지금도 정확히 어떠한 감정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감정뿐만 아니라, 나의 신체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더 이상 엄마를 내 손으로 닦을 수가 없었다. 내가 해야만 해야 하는 일을 나는 해내지 못했다. 엄마를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닦아주기 위해 열고 들어왔던 문을 주먹으로 수 차례 내려쳤다. 아마 이 모든 상황을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 싫었던 건 아닐까. 큰아버지가 나를 껴안고 진정시켰다. 짐승 같이 몰아치던 나는 큰아버지의 품 안에서 갓 태어난 아기처럼 하염없이 감정을 눈물로만 쏟아낼 뿐이었다. 그리고는 염이 어떻게 끝이 났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염이 끝나고 다시 장례식장에 올라왔을 때, 내 눈에 처음으로 들어왔던 장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나는 이미 신을 만났는데, 또 신을 만나야 한다는 듯이 목사님을 비롯해서 교회 사람들이 어머니 앞에 앉아있었다. 방금 전 감정을 쏟아내고 오지만 않았다면 내가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가 살아온 인생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후를 믿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에게만큼은 사후가 있어서 천국이라는 곳에서 행복하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장례식의 절차들이 지나가고 마지막 날 화장터로 이동했다. 화장을 하고 엄마의 유골함을 들고 차에 탔다. 뒷자리에 앉아서 엄마의 유골함을 품에 안고 엄마를 묻어줄 장소로 이동했다. 내가 엄마의 육신을 안아준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햇볕이 따뜻한 날이어서 그랬는지, 화장을 한지 얼마 안돼서 그랬는지 들고 있는 유골함이 따뜻했다. 육신의 삶을 마무리하고 내 품에 안긴 엄마는 내게 안긴 것이 아니라, 나를 안아주고 있는 듯했다. 마지막까지도 자신을 태워 나에게 무엇을 남겨주고 싶었기에 쉬지 않으셨을까. 나를 향한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내게 피부로 느끼게 해주려 했을까. 엄마와 안은 채로 떠나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었다. 지금도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나를 향한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산소에 도착했다. 엄마를 쉬게 해 줄 안식처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친척들부터 한 삽 씩 엄마를 덮어주었다. 따뜻하게.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아버지와 형 그리고 내가 삽을 들었다. 엄마를 향한 사랑, 미안함, 고마움, 그리움 등으로 감싸주었다. 우리는 같은 행위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 가족은 그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어떠한 마음을 가졌는지는 자신만 알 뿐이었다. 아버지와 형의 표정도 생각나지 않는다. 단지 세 남자의 울음소리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게 엄마를 쉬게 해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척들까지 집에 한 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가 나를 키우고 재우고 해준 방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어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몰랐다. 사실 궁금하지도 않았다. 나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내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 그 느낌을 간직하고 싶었고, 그 누구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 친척들이 언제 집으로 돌아갔는지, 그 자리는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혼자서 엄마와 함께 한 시간 이후로 그 하루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잠은 잤는지, 다음날은 언제 일어났고 무엇을 했는지까지도. 그 후 며칠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무리 기억하려 애를 써도 기억이 안 난다. 누가 내 기억을 훔쳐간 것이 분명하다. 내 기억은 며칠이 지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칠판과 분필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 앉아있는 날로 넘어간다. 이제 나는 엄마와 함께 한 18년을 어떤 기억으로 채워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