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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현 May 31. 2023

(책리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얼마 전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책을 읽고, 너무 인상이 깊었어서 한 권을 더 읽었다. 이 책을 읽는 데 있어서 불편함은 없었지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시간 순서상 더 앞에 와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제외하고는 다른 이유가 없다.


 이번 책을 읽을 때에는 사실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나는 어릴 적 할머니랑 함께 살고 같은 방에서 잤다. 그럼 가끔은 잠들기 전에 할머니가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마치 그런 것 같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할머니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다. 오랜만에 책을 들었다.


 사실 다른 모든 부분도 좋았지만, 내가 처음 작가님의 책을 접했을 때도 그랬고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느낀 점은 문장들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전에도 이 말을 쓴 것 같아서 길게는 쓰지 않겠지만, 정말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하셨을까.. 하면서 읽게 된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읽게 되고.


 또한 이 책은 특히나 더 작가님이 솔직함을 불어넣어서 쓰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간이 오래 지나 쓰셨기 때문에 어느 정도 픽션이 들어가 있겠지만, 본인의 그때 그 감정을 최대한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신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친분이 없는 불특정다수에게 나의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못할 것 같다. 그래서 할머니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보다 더 느낀 것 일수도 있겠다. 우리 할머니는 그랬으니까.


 우리들은 역사를 알고자 하면 책이든 영상을 통해서든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역사적 사실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에,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깊게 느끼지 못했던 그때의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큰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알기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사실 그 역사 속에서 기억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들을 기회가 드물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정말로 기억해야 할 역사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줬다.


 이 두 책 외에도 많은 책들을 집필하셨기에 나는 앞으로도 천천히 박완서 작가님의 책들을 읽어나갈 것 같다. 이 두 권으로 멈추기에는 아직 목마르다. 조금 더 그분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자면, 그 많던 반딧불이는 다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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