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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현 Jul 23. 2023

(책리뷰) 우주를 듣는 소년 / 루스 오제키

 제목을 보고 우주의 관련된 소설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평소 우주에 관련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주문했다. 책을 읽기 시작했더니 내가 생각했던 우주의 관련된 소설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구도 우주의 일부분이니.. 뭐 틀린 건 아니었다. 그렇게 위로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의 재밌는 점은 말하는 이가 '책'이 주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책이 주인공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재밌는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베니'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 번 생각해 봤다. 우리도 어쩌면 책을 읽는 과정 동안 책과 대화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소설처럼 직접적으로 책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화를 한다고 생각을 해보면 보다 더 책을 읽는데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꼭 책이라는 것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사물들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지 않은가.


 가끔 독백 연습을 할 때, 내 모습이 생각나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가끔은 지나가는 나무나 풀, 하늘, 혹은 벽의 한 부분을 보고 대사 연습을 할 때도 있다. 마치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베니는 사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난 후로부터 사물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그런 베니와 베니를 보살펴야 하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성장소설이라고 봐도 괜찮다. 그 아픔을 겪고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이겨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엄마와 베니가 아버지를 아직 보내지 못한 것처럼, 베니의 아버지 또한 아직 그들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이 가족은 실제로 만나고 대화하지는 못하지만 영원히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책'이 말을 하는 연출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들은 자신들의 방법으로 이별 후에도 함께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을 떠났다고 그들의 인연이 끝이난 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남은 사람들에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일 끼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상실감이 남은 이들로 하여금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가게 할까. 그 후로 우리는 잘 성장할 수 있을까. 정말 잘 성장하고 있는 걸까.


 가족을 잃는다는 아픔을 겪고 그 뒤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는 보다 더 베니와 베니의 엄마의 마음이 깊게 다가왔다. 나 또한 어린 시절에 엄마를 곁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베니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비슷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나아져갔던 나처럼 베니가 조금씩 괜찮아지는 과정을 보며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상실이라는 것.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겠나. 하지만 내가 살아가며 깨달은 것은 그래도 함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걸어가는 이 모든 시간들을 우리는 마음속에서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게 우리를 보다 더 의미 있게 살아가고 하고, 먼저 떠난 사랑하는 사람 나를 기쁘게 바라볼 것이다.


 언젠가 형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엄마가 우리 곁을 빨리 떠난 이유가 꼭 있을 거라고. 분명히 그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것을 찾고,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앞으로도 계속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살겠지만, 그 과정은 우리 가족은 언제나 함께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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