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소설책은 처음 접해보았다. 그래서 이 작가의 이름뿐 아니라 작품도 처음 접한 것이다. 사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작품에 대해서 깊이 알아보고 보는 편이 아니다. 다시 보더라도, 처음 작품을 접할 때는 사전에 많은 정보로 인해서 좁혀질 수도 있는 시야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편이다. 적당한 정보. 그것이 나에게 맞다.
엄청난 물의 양을 가지고 있는 한강의 시작을 찾아가보면 산의 어딘가의 끝자락에서 '졸졸졸'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적은 양으로 시작된다. 이 작품도 비슷한 느낌이다. 초반부를 읽다 보면 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뒤로 갈수록 개인의 삶에서 단체, 나라, 자연, 전쟁 등의 많은 이야기들로 꽉 채워진다. 아! 마치 풍선을 불어가면서 책을 읽어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풍선이 아름답게 완성이 될지, 터질지는 읽어보시길 바란다.
사실 자전거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개인의 삶 뿐 아니라 전쟁에 대해서 설명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자전거 함께 찾아가며, 마치 나도 이야기라는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며 가이드를 받는 기분이었다. 내용상 자세히는 이야기 못하겠지만, 아버의지와 함께 사라진 자전거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아가게 된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변화들에 대해서도 알아간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점은 전쟁의 피해를 대부분 사회적 문제, 개인의 삶의 무너짐, 가족의 아픔 등 인간에 대해서 주로 다루는 다른 소설들과는 달랐던 점이있다. 바로 동물의 입장에서 서술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코끼리의 입장에서 말해준다. 나는 이 작가가 코끼리의 입장에서 서술을 했다고해서 단지 동물들의 피해만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그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느꼈다. 사람, 동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 흙, 물 더 나아가서는 공기까지.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모든 것들에 있어서 좋지 않은 변화들을 가져다준다.
마지막으로 한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쟁이야기 말고는 할 얘기가 없군요' 라는 문장이 있었다. 정말 깊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에 깊이 박혔다. 이 문장이 나오기 전에 '전쟁은 회상할 만한 것이 없어요'라는 말이 있는데, 결국에는 전쟁 말고는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이 문장에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