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기력의 끝은 어디일까

솔직함의 끝을 달리다

by 장세아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누구를 만나기도 싫고,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쉽지 않고, 글 쓰는 것도 지치고, 책 읽는 것도 귀찮고, 기타 치는 것도 재미가 없고, 먹는 것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가끔 이럴 때가 있는데 연말에 슬럼프가 오니 하루하루 시간이 더디게 가는 느낌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 영화 <아멜리에>처럼 프랑스 이곳저곳 밟아보고 싶기도 하고, 뉴욕이나 LA 티켓을 끊어서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싶은데 막상 떠날 자신도 없다.이도 저도 못 하고 있는 요즘 마음 한가운데 구멍이 크게 뚫린 듯한 공허한 기분이다.


영화 <아멜리에> Amelie Of Montmartre, 2001









1. 빨리 지났으면 하는 2019년

2019년은 몸고생, 맘고생이 심했던 한 해였다. 갑작스럽게 아픈 적도 많았고,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통스러운 복통으로 응급실에서의 8시간 대기, 너무나 길었던 그 복통을 겨우 참으며 맹장수술을 하기도 했고, 촬영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체력적으로 너무나 지친 시간들. 더군다나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셀 수 없는 많은 벽에 부딪히며 넘어지고 울다 지쳤다. 혼자 감당하기 힘든 고난의 시간 속에서 누구라도 붙잡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붙잡지 못했고, 결국은 모두가 내게 등 돌린 사건도 있었고... 내가 이것밖에 안됐나 스스로에게 실망하면서 모든 것을 다 단절시키고 싶었던 참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2020년 1월 1일이 된다고 해도 평소와 크게 달라질 일은 없겠지만 이 어려운 일들로 가득한 2019년이 얼른 지나가버렸음 하는 마음이다.



2. 회피하고 싶은 회피형 인간

어떤 일이 생기면 항상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누군가와 좋지 않은 일로 엮이게 되면 내 연락처를 바꾸면서까지 그 사람과 관계를 끊어버리려 한다. 단절이나 회피를 원하는 성격. 인스타에서 가끔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회피형 인간과는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하는데 그럼 난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 걸까. 책이고 사람이고 모두 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 같다. 나름 나답게 최선으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어딜 가나 회피형 인간을 피하라고 하는 말들 뿐이다. 인생은 마이웨이라고 하는데 사회에선 혼자서만 살아갈 수도 없지 않은가. 참 어렵고 쓸쓸한 세상이구나. 회피형 인간에게도 숨고 싶으면 숨을 자유와 다시 회복되면 얼굴을 내비칠 여유를 허락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 사회가 아니더라도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조금은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뿐. 내가 모든 게 다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는 옳다고 하면서 누구는 손가락질을 당하는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3. 가깝지 않은 사이인데

처음 본 사람들인데 본인이 더 어리다면서 무작정 말을 놓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친해지는데 사람을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더 오래 걸리지만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내가 너무 꽉 막혀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런 경우가 점점 더 잦아지면서 도저히 흔쾌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이를 다 기억할 수도 없고 아직 가깝다고 할 수도 없는데 왜 말을 다 놓아야 하는건지, 나는 여전히 불편한데 왜 편하게 대하라고 하는지. 참고 참다가 솔직한 내 감정을 털어놓으면 누군가는 나한테 예민하다고 한다. 남들과 다르면 예민하게 봐야 하는 건가, 까칠하게만 보이는 건가. 나를 숨기면서까지 불편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데, 나를 드러내면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나를 위한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루하루 고민이 더 늘어가는 요즘이다.










밝아 보이기 위해 항상 웃고 살 수는 없겠지,

때로는 투덜대는 내 모습도 나임을 인정해야지.

내가 생각하는 나, 당신이 생각하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