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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01. 2022

보험을 할 때 흔히 놓치는 사실

보험도 금융이다

  보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들 놓치는 것 중 하나는 보험도 금융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보험이 금융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당연히 금융이 맞다고 대답할 텐데 누가 그 사실을 놓치고 있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단순한 명제가 아니라, 보험이라는 금융상품의 가격을 결정하고, 계약의 가치를 평가하고, 또 많은 계약 중 하나의 보험 계약을 인수하기로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보험이 금융이기 때문에 가지는 특성을 고려했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마치 보험이 금융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수지상등의 원리에 입각해서 보험료와 보험금을 고려하고, 할인율을 따져서 두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일치하는 것만 고려한다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보험은 보험이기 이전에 금융이다. 금융이라는 산업은 본질적으로 가지는 특징이 있고 보험도 이를 벗어날 수는 없다. 환경이 달라질 때 미래를 상상하는 방법은 달라지지 않는 것, 즉, 본질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날 급변하는 금융시장의 환경 속에서 보험의 미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보험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즉, 금융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금융은 무엇인가.


  오늘날 금융은 가장 영향력 있고, 거대한 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과거에는 금융이라는 산업이 오늘날과 같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오늘날과 같은 금융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다. 반대로 농업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농업 생산이 늘어나면서 인간의 삶은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벗어났다. 권력이나 땅에 대한 소유욕은 전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만들었고, 불가사의한 일은 신의 말을 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만들었다. 인간의 삶은 점점 더 다양하게 분화되었고 의류, 건축, 운송, 의료 등 수많은 제조 산업과 서비스 산업이 태어나고 성장했다. 그렇게 수많은 산업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동안 금융업은 이렇다 할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오래전부터 은행이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이야기에서처럼 돈이 많은 사람들이 남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붙여서 받기 시작했다. 또, 급전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값진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오늘날의 금융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금융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받는 것 이상으로 고도화되고 다양해졌다. 물론 금융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금융과 샤일록의 일을 같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그러니 금융은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산업은 아니다. 과거에는 없었고, 오늘날에는 산업의 한 축으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어느 날 금융이 짠 하고 나타났을 리는 없다. 과거와 오늘의 사이 어딘가에서 금융이 태동했고, 지금과 같이 성장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알려면 그 사람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어디서 태어났고,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는 게 시작이다. 금융도 다르지 않다. 금융에 대해, 또 그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금융이 어떻게 태어났고 성장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보험을 알고 싶다면 금융을 알아야 하고, 금융을 알고 싶다면 그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금융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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