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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May 21. 2022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

양적완화는 곧 인플레이션인가

요즘 뉴스 기사는 인플레이션을 빼놓고는 읽을 수가 없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시점이다. 또, 다른 문제라고 해서 인플레이션과 떨어져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거시경제적 문제는 대개 연관되어 있기 마련이고 이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을 때 가장 큰 교차로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이다. 분명히 코로나19 이후에 전 세계는 유래 없는 속도로 시중에 돈을 풀었다. 하지만 지난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기조였고 긴 시간 동안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도 물가상승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양적완화에 따른 물가상승효과가 너무도 빠르고, 강력하게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왜 이번엔 다를까?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이해하는 방법은 이 질문에 담겨 있다.


인플레이션과 양적 완화는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러니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원인을 양적 완화에서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양적완화가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핵심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우선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을 왜 떼 놓을 수 없는지부터 생각해보자.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은 그대로인데 그걸 사고팔 때 교환해야 하는 화폐가 늘어난다면 당연히 상품에 할당되는 화폐도 늘어나야 한다. 이 세상에 사과가 단 하나 있는데 세상에 100원이 풀려 있다면 사과와 100원이 맞물려서 교환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사과는 그대로 하나가 있는데 세상에 풀린 돈이 200원으로 늘어난다면 사과는 200원과 맞물려서 교환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사과의 가격은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그러니 양적완화를 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을 바꿔서 이렇게 물어야 한다.


'과거에는 누가 양적완화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막고 있었는가?'이다. 그리고 바뀐 질문에 대한 답도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의 관계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이 사과는 그대로인데 통화량이 늘어난 것 때문이라면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는 '누군가 사과를 늘렸다'가 된다. 그때는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에 맞춰서 생산량도 같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다시 질문이 바뀐다. '왜 그때는 생산량이 늘었고 지금은 늘어나지 않았을까?'


금융위기 직후와 지금,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이다. 중국은 시장 개방을 선택한 뒤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그리고 중국의 성장은 단순히 중국 혼자만의 잔치가 아니다. 효율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성장할 여력이 많이 남아있는 국가는 반대로 투자할 여력이 많지는 않다. 투자는 뭔가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인데 성장할 여력이 남아있는 국가는 지금은 뭔가 남아 있지 않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낼 여지가 있는 나라다. 그러니 투자할 여력이 남아 있는 국가는 반대로 이미 성장을 어느 정도 마친 나라가 된다. 미국은 투자할 여력이 넘쳐났고, 중국은 성장할 여력이 넘쳤다. 둘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그 과실을 나누고 있었다. 미국은 중국에 공장을 짓고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서 생산량을 늘렸다. 그렇게 사과는 점점 더 늘어났었다. 이 선순환의 미국의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미국이 푼 돈은 중국에 투자되었고, 중국이 늘린 생산량은 다시 저렴한 물건을 미국에 공급해서 인플레이션을 최소화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둘은 서로가 다른 의미로 의식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 경제가 거대해져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의 질서에 개입하기 시작하는 것이 불편해졌다. 반대로 중국은 덩치가 커지고 보니 미국과의 관계가 마냥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미국이 투자를 통해 과실을 가져가는 것도 불편해졌고 어떤 부분에서는 미국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처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다르게 의식하기 시작한 이후 둘의 주도권 경쟁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중국이 주도할 수 없는 미국 중심의 교역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아예 중국을 배제한 채로 무역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미국 자본에 의존하던 것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미국 국채를 팔고,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지 못하게 막고, 달러 대신 위완화로 결제하는 것들을 늘려갔다. 중국이 중심이 되는 교역망도 새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 번 시작된 경쟁은 가시화되면서 더 치열해졌고 세계화의 파트너였던 둘은 이제는 탈세계화의 두 축이 되었다.


교역망이 분리되는 것은 미국과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질서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이후 과거에 세계 질서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나라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이미 EU라는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가지고 있다. 물론 유럽 국가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와 탈 없이 교역을 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무역망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는 자신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다. 요즘 시장을 가장 크게 흔들고 있는 것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과거 자신들이 세계에 행사하던 영향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그 방법이 무엇이 되었든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가 가진 자원에서의 강점, 구 소련이었던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또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나라에 다시 한번 민족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내부적으로는 똘똘 뭉치지만 다른 나라는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지금껏 세계화를 향해 왔다면 이제는 탈세계화가 시작된 것이다.


세계화는 곧 연결이었고, 연결은 곧 효율이고 효율은 곧 성장이었다. 반대로 탈세계화는 곧 단절이다. 단절은 곧 비효율이고 비효율은 곧 침체가 된다. 더 이상 사과가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제는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른다. 사과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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