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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May 30. 2022

금리와 자산

금리 상승기에 자산 가치는 어떻게 될까

지난 2년간은 그야말로 대 자산의 시대였다.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충격 등의 여파로 경제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대부분의 국가가 극도의 저금리, 그리고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물론 대내외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심리적인 요인까지 가중되어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저금리, 양적완화 정책은 불가피했지만 언제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듯이 이러한 경기부양책에도 단점이 있다. 경기부양책의 대표적인 단점이 바로 자산 가격의 상승이다. 가치의 상승이 주도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순전히 시중에 화폐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가격의 상승, 즉 우리가 버블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우리는 침체를 향해 가는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자산 가격의 거품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경기부양책을 사용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비용을 지불할 시기는 왔는데 아직 효과는 충분히 보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불안정한 상황, 그게 바로 지금이다. 경기는 실제로 부양되었나? 물으면 고용이나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몇 가지 지표에서는 물론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감당할 만큼의 효과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불안이 눈 깜짝할 새에 퍼져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대 금융 환경이 정착하면서 우리가 얻은 한 가지 기술은 유연함이다. 과거에는 금과 같은 실물이 있어야 화폐를 발행할 수 있었고, 신용을 활용해 팽창시킬 수 있는 유동성이 거의 없었다면 지금은 실물이 없어도 필요한 만큼 돈을 끌어다가 사용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약간 큰 옷을 입혀 뒀을 때 옷에 맞춰 몸이 성장하는 효과와 비슷한 것을 오늘날의 금융을 통해 경제에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약간 큰 옷을 입혀 뒀는데 그 옷에 맞춰 몸이 성장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딱 맞는 옷을 입었던 시기보다 더 큰 불편함을 얻게 될 수 있다. 딱 맞는 옷만 입어야 할 때는 옷을 늘려서 성장을 촉진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성장을 하려다가 되려 불편한 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선택한 시스템은 반대로 힘들 때는 성장을 촉진하는 주사도 놓을 수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할 때는 그 이상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아무튼,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우리는 경제에 놓은 주사의 비용을 감당할 만큼 회복하였는가?'이다. 일단 비용은 다가오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리 인상인데 금리 인상은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다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낮은 금리로 시중에 돈이 늘어나면서 자산에 발생했던 거품이 다시 빠지게 되는데, 그 원리는 단순하다. 자산의 정의는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유입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대상이며, 따라서 자산의 가치는 그 자산이 미래에 유입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경제적 가치에 기반해서 결정된다. 물론 실질적인 가치에 시장의 기대, 시중에 풀린 유동성 등 다양한 경제적, 심리적 영향이 더해져서 가격은 결정되겠지만 근본적인 배경에는 미래에 그 자산이 만들어 낼 돈의 크기가 자산의 가치이다. 여기서 핵심은 '미래의 돈'이라는 점이고 금융시장에서 언제나 오늘의 돈과 미래의 돈의 크기는 다르다. 오늘의 돈은 앞으로 돈을 벌 기회가 존재하니 미래의 돈보다는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때 오늘의 돈과 미래의 돈의 가치 차이를 결정해주는 지표가 바로 금리다. 금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오늘의 돈이 갖는 가치는 미래의 돈보다 상대적으로 커진다. 반대로 말하면 미래 경제적 효익의 가치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낮아지게 된다. 자산의 가치는 그래서 금리 상승기에 낮아진다.


미래 경제적 효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자산가치 하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어떤 자산들은 특히나 더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바로 빚이 많이 껴 있는 자산이다. 빚이 많이 붙어 있는 자산은 미래 경제적 효익의 평가가 절하되는 것에 더해 한 가지 악재를 더 가지고 있는데, 높은 이자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가 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자의 크기 자체는 앞에서 이야기 한 미래 경제적 효익의 감소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는데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미래 경제적 효익을 발생시킬 기회도 없이 망해버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시간만 주면 성공시킬 수 있는 사업인데 눈앞의 이자를 갚지 못해서 도산한다면 미래 경제적 효익의 평가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 될 뿐이다. 그러니 빚이 많은 자산은 더 큰 하방 압박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게 대출을 끼고 사는 부동산, 그리고 주식 중에 저금리의 덕을 많이 본 기술주다. 기술주라고 불리는 회사들은 대개 보유한 기술을 통해 앞으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문제는 그 기술을 확보하는 동안 엄청나게 큰 빚을 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빚은 많지만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에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인데 갚아야 할 빚과 이자가 금리 인상에 따라 불어나버리면 기술을 상용화하기 전에 회사가 고꾸라질 수 있다. 그래서 금리 인상기에 기술주가 겪는 변동성이 이미 성장을 마치고 돈을 벌고 있는 회사의 주식보다 큰 것이다.


아무튼, 일단 우리는 비용을 갚아야 할 시기를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용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갚아야 할 자산도 있다. 우리가 지금껏 만들어 놓은 실질 경제 환경이 속속들이 드러날 것이고 그 '실제'의 크기가 우리가 비용을 잘 갚고 경제환경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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